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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Startup’s Story #446] AI가 할 수 없는, 무너지지 않는 ‘바벨탑’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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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49조 원으로, 연간 7%씩 성장 중이다. 인공지능의 영향이 크다. 때문에 사라질 직업 1위에 ‘인간 통번역사’가 늘 언급된다.

조은별 대표는 사람만이 가능한 지수화한 품질 관리로 AI가 할 수 없는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창업했다. 프리랜서 통번역가로 활동하며 아쉬웠던 점을 서비스에 녹이는 동시에 공급자와 소비자, 에이전시 등이 ‘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도화 중이다.

“통번역사로서,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며 세계 최고의 통번역 전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조은별 바벨탑 대표를 만났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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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바벨탑 대표



통번역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 업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매력이 많다. 하지만 학교(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힘든 점이 많았다. 통번역사는 보통 에이전시로부터 수주 하거나 발주처와 직접 계약해서 작업한다. 그 과정에서 힘들고 불합리하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 단순 작업에 쓰는 SW조차 열악했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생산성 높게 근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2016년 말 중기청에서 주최하는 창업지원사업 공고를 보고 사업계획서를 냈고 채택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번역 시장엔 어떤 문제가 있나.

각 그룹의 고민이 존재한다. 우선 번역사 입장은 앞서 얘기한 문제점이 있다. 에이전시라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대개 에이전시는 규모가 작고 수주를 받아오기 위해 출혈경쟁을 불사한다. 하도급을 맡길 경우 내부에 원어민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감수를 맡긴다. 즉 운영비가 많이 든다. 큰 규모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근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기업고객이 안고 있다. 고객은 100% 품질 보증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한-영 번역은 주변에 물어보며 검수할 수도 있다. 문제는 희귀 언어다. 한국-아랍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품질을 보장받기 위해선 통.번역 대학원 부설연구원 정도에 부탁해야 퀄리티가 나온다. 그러면 정말 비싸진다. 우린 용도와 목적에 맞게 프로젝트를 구분하고 있다. 이후 고객사 분야에 맞는 전문용어와 어법을 보장하고, 지수화한 품질로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바벨탑은 품질과 가격만족을 통해 번역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되면 에이전시 등 기업도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번역물의 품질관리를 어떻게 객관화하나. 무엇에 대한 지수화인가.

‘지수화’란, 모호한 품질관리가 아닌 정량화를 뜻한다. 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겨놓고 내부 번역사끼리 각자 번역물을 리뷰해주는 것이다. 오타, 내용, 뉘앙스를 피드백한다. 코드를 리뷰하는 깃허브(GitHub)와 같이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 통번역대학원엔 ‘크리틱’이라는 학습방법론이 있다. 모두의 과제물을 병렬 대조해 보며 더욱 탁월한 표현을 제시하는 등 토론 수업인데, 이 방법을 차용했다. 서로 지수화해서 매긴 결과 좋은 평가를 받은 번역가는 매칭할 때 상위 그룹에 노출된다. 직업의식을 고취시키는 ‘훈장’이다.

전문용어, 동의어/반의어 등은 DB에서 분야별로 관리한다. 만약 기업의 A부서에서 보고서를 번역하고 있고, B부서에서 마케팅 콘텐츠를 번역 중이라고 하자. 같은 기업에서 사용된 문서의 고유명사를 하나로 모아서 반영하기에 표현이 통일된 번역물을 보장받을 수 있다.

번역사와 고객 간 매칭은 어떻게 하나.

해당 언어 전문분야 레퍼런스를 보유한 이력서를 먼저 추천한다.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은 번역사가 우선 매칭된다. 원문 프로젝트 개요, 금액, 시간당 수익을 확인한 뒤 수락 버튼을 누르면 납기일 준수, 품질 관리 서약을 하게 되고 작업이 시작된다.

이후 대시보드에선 고객이 올린 원문과 번역물 모두 실시간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채팅창에선 고객과 번역사가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번역사 입장에선 효율성과 품질관리가 동시에 가능해 업무의 연속성이 높아진다. 고객 입장에선 번역 프로젝트를 한 눈에 관리할 수 있다.

번역 에이전시가 바벨탑과 함께 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에이전시의 일은 ‘영업’이고 우린 품질 관리가 본질이다. 에이전시가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한 뒤 우리에게 넘기면 제대로 된 작업물을 제공한다. 하도급 풀 유지, 내부 검수자 관리를 하지 않아도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거다.

자체 개발한 ‘SaaS 번역 솔루션’으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보안에 이슈가 생길 수도 있는데.

우리가 지향하는 콘텐츠는 홍보/마케팅 류다. 보안 등급이 기획서와 보고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물론 보안 이용약관을 철저히 알리고 진행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을 관찰하다 타깃기업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게 됐다. 어떤 기업은 번역 하나만을 위해 통번역 인력을 채용하는 곳도 있었다. 비즈니스모델을 구독모델로도 확장하려는 것도 거기서 발견한거다. 현재까지 반응은 긍정적이다.

바벨탑이 통번역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번역사의 생산성은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꾸준히 초대해 써보게 하고 관찰한다. 우리의 욕심은 업계의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되는 거다. 현재 번역사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비싼 돈을 들여 공부하고 졸업해도 시장에서 자리잡기가 너무 어렵다. 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서비스 및 직업 생태계를 개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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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작업 화면



IT 배경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힘들지 않나.

재밌다. 규칙을 설계하고 세계관을 만드는 게 마치 게임을 기획하는 느낌이다. 제안한 게 잘 실현되는 것만큼 기쁜게 없더라. 힘내서 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바벨탑은 개발보단 서비스를 사용할 유저를 모으는 게 중요했다. 그걸 간과하고 ‘개발자’를 구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썼다. IT서비스에는 개발자가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운영비도 많이 들었고, 영입도 여의치 않았다. 사람을 기다리며 허송세월을 보내기 보다 어떻게든 만들어 보고 검증하는 게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

아직은 플랫폼 초기단계다. 개발 이슈를 제외하고 부족한 건 무엇이라고 보는지.

영업이다. 현재는 공급과 수요 고객을 많이 유치하는 게 관건이다. 세그먼트를 정확히 설정해 세밀한 타깃팅이 되어야 한다. 이후에는 데이터를 분석해 기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원활히 이루어지면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이 될 거라고 믿는다.

최근 베스핀글로벌과 영업 파트너쉽을 맺었다. 베스핀글로벌이 소개해준 중국게임업체 번역을 우리가 맡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또 미국 기업과의 프로젝트도 예정되어 있다. 경영적으로 차별점을 만들고 견조함을 같이 쌓아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수십조원 번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거라 본다.

통번역 분야는 AI로 대체 가능한 영역이란 평가가 정설처럼 퍼지고 있다. 관련 제품도 우후죽순 등장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벨탑의 포지션은 뭔가.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번역사가 꼽힌다. 이 의견엔 일부 동의하지만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업 자체를 한데 모아 판단할 게 아니라, 세그먼트를 나눠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힘든 것이 감성, 창의성, 복합인지능력이다. 통번역에 필요한 요소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목적이 있고, 그에 걸맞게 뉘앙스와 톤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통번역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품질관리다. 번역 기업 대부분이 문서화 돼있고, 형식이 갖춰져 있는, AI가 관리하기 쉬운 번역을 다룬다. 우리는 AI가 퀄리티를 보장하지 않는 마케팅, 게임 등 비정형적이고 문학적인 텍스트를 제대로 번역하는 것이다. 우린 인간 번역사만이 할 수 있는 창의기업이 되는 게 꿈이다. 언어와 언어 사이의 가교가 되려한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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