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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게임 집착 우리 아들… 혹시 정신신경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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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들이 온라인 게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앞으로 도박 의존증과 같은 정신신경계 질병을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온라인 게임 등에 빠져 다른 일을 손에 붙이지 못하는 게임 장애를 정신신경계 질병으로 분류했다”며 “어떤 증상을 환자로 판단하는가, 이들 뒷받침하는 데이터는 있는가”라며 게임 의존증 문제를 다뤘다.

신문에 따르면 WHO는 지난 6월 발표한 새로운 국제질병분류(ICD)-11에 도박장애와 나란히 게임 장애를 포함했다. 그렇다면 게임 장애의 기준은 뭘까. ①게임을 계속하는 시간이나 횟수를 제어하지 못한다 ②게임이 다른 생활상의 관심이나 일상행동에 우선한다 ③문제가 발생해도 게임을 계속하거나 한층 더 빠져든다 ④게임 탓에 개인, 가정, 학업, 일 등에 중대한 지장이 생긴다는 문제가 12개월 이상 계속되면 게임장애로 본다.

세계일보

◆“나는 문제가 없다” ?

2011년 일본 국내 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의존치료연구부분을 설치한 구리하마(久里濱)의료센터 히구치 스스무 (樋口進) 원장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②번(게임이 다른 생활상의 관심이나 일상행동에 우선한다)이다. 게임을 위한 시간 확보가 최우선 사항이 되면서 생활에 혼란이 온다. 식사, 수면, 배설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위도 둘째가 된다. 단순한 게임 즐기기가 아닌 의존증으로서 질환으로 취급해야 한다.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고베(神戶)대 의학부 부속병원의 인터넷·게임의존외래를 방문한 고교 1학년 남학생이 잘라 말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걱정하지만 “게임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공부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반론한다. 학생을 진단한 고베대 정신의학분야 소라 이치로(曾良一郞) 교수에 따르면 이런 환자도 둘이서만 차분히 이야기하면 “이대로면 진급할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1시간 정도 대화를 주고받으며 치료의 실마리를 찾아 나간다. 약물 의존과 유사하다.

고베대병원, 구리하마병원센터는 예약이 2개월 정도 꽉 차있다. 환자는 남자 중고생이 눈에 띈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아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라 고베대 교수는 환자 수가 일본 국내에 수백만 명인 것으로 알려진 알코올 의존증 수준으로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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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진단·치료할까

신문은 온라인 게임을 계속하면 뇌의 구조나 움직임에 약물 의존 때와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 현재 자기공명화상장치(MRI) 등의 검사데이터를 활용해 조사하는 연구가 막 시작됐다. ICD―11에 게임 장애를 포함하도록 제안한 것이 히구치 구리하마의료센터 원장이었다. 구리하마의료센터와 의존증 등의 공동연구를 시작해 국제회의를 거듭하는 동안 데이터가 늘어나 이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당시에는 “이처럼 큰 문제가 될지는 몰랐다”고 히구치 원장은 반복한다.

스페인 연구팀의 논문데이터 조사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비디오게임에 관한 논문이 1990년대에는 연간 15편 전후였지만 2015년에는 350편을 넘었다. 뇌 신경과의 관계를 논한 논문이 116편으로 대부분 뇌 기능의 변화를 분석하는 내용이다.

뇌 기능은 기능적 MRI(fMRI)로 혈류변화 등을 바탕으로 검사할 수 있다. 충동제어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전두엽 앞부분)라 불리는 부분의 기능 저하와 게임 장애가 되는 위험 사이의 관련성이 밝혀졌다.

게임장애가 의심될 경우 미국의 정신과 의사가 1990년대 고안한 ‘인터넷의존도테스트’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20개 항목 중 자신에게 부합하는 것에 체크하고 70점 이상이 되면 의존증으로 판단한다.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치로만 사용할 뿐이다.

치료 시에는 환자를 게임에서 멀리하도록 하고 운동, 식사, 대화, 심리치료 등을 조합해서 진행한다. 구리하마의료센터에는 숙박 캠프도 있다. 초조함으로 격렬한 폭력을 반복하는 환자 등의 경우에는 입원을 권유한다. 무엇보다도 ‘치료의 계속’이 중요하다고 히구치 원장은 말한다.

다른 정신질환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리하마의료센터에서 인터넷 의존 중으로 검진을 받은 환자의 20%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도 보인다. 게임장애 치료 약은 없지만 ADHD를 약물 치료하는 동안에 이성을 잃는 문제가 감소하는 경우가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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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病’ 대응에 새로운 전기 되나

ICD는 WHO가 정하는 질병과 증상의 정의와 분류를 말한다. 세계공통의 표기법을 사용해 보다 정확한 통계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의 상황 파악이나 국제비교에 도움이 된다. ICD―11이 내년 5월 총회에 제출돼 승인되면 운용이 시작된다. 현행 ICD―10은 1990년 정해진 것으로 이번에 개정되면 29년 만이다. 지금까지 의료현장에서 인식돼온 게임장애가 ICD에 정식으로 포함되면 질환의 하나로 진단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해진다. 치료연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환자로서도 ‘질환으로 인해 학교나 일을 쉬고 치료에 전념하겠다’라고 말하기 쉬운 이점이 생긴다.

게임 장애의 ICD 포함에 대해 우려도 있다. 정신질환 종류가 증가하는 것은 결국 신시장을 찾고 있는 제약기업만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있다. 미국 게임업계 등에서는 규제강화를 경계해 ICD-11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는 “게임 장애를 정의해 진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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