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원가 반영방식까지 바꾸며 짜낸 카드 수수료 인하여력 1.4조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대손비용, 광고비 등 원가서 제외…매출 많은 가맹점에 마케팅비용 전가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머니투데이


금융위원회는 26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이 1조4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을 통한 순수 인하분은 1조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적격비용에 반영되는 개별항목 적용기준을 조정해 추가 인하 여력 4000억원을 짜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구성하는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수수료비용 △마케팅비용 △조정비용으로 구분된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3년 주기로 이 비용들을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새로 결정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 여력 1조4000억원 중 약 1조원은 △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 △카드사 경비 절감에 따른 일반관리비 감소 △자산건전성 개선으로 인한 위험관리비용 감소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이다. 문제는 이 1조원 중 6000억원은 금융당국이 이미 발표한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른 감소분이라는 점이다.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여력은 약 4000억원에 그쳐 한국마트협회 등 이익단체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금융위로선 새로운 인하 방법이 필요했다. 이에 기존 적격비용 구성요소를 분석해 가맹점에 부과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비용 항목은 적격비용에 제외했다. 적격비용을 줄여 추가 인하 여력 약 3000억~4000억원을 짜낸 것이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위는 적격비용 중 밴수수료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항목의 산정방식을 바꿨다. 자금조달비용의 경우 그간 신용공여기간으로 인정했던 유동성 확보기간(거래승인일부터 거래대금 지급일까지)을 제외하기로 했다.

위험관리비용에서는 감독목적상 추가 적립하는 대손준비금을 모두 뺐다. 그간 전체에 적용됐던 신용등급별 대손비용 인정 구간은 1~6등급까지로 축소됐다. 연체채권에 대한 관리 및 회수비용도 제외했다.

마케팅비용의 경우 당초 10억원 이하와 초과 2가지로 분류했던 매출액 구간을 30억~100억원, 100~500억원, 500억원 초과로 세분화해 매출액이 많은 가맹점에 더 배분하도록 했다.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 적립 및 이용 비용은 전 가맹점에 공통 배분하는 방식에서 부가서비스와 직접 관련된 가맹점에 부과하는 식으로 개선키로 했다.

일반관리비용에서는 접대비와 기업 이미지 광고비를 제외했다. 조정비용에서는 야간거래 또는 비대면거래가 많은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가산하는데 이 가산폭을 제한하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 가운데 대손준비금을 적격비용에서 제외한데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점도 카드 결제로 외상거래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데 비용을 카드사만 부담하는게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공여 기능으로 인한 혜택은 가맹점도 누리는데 리스크는 카드사만 져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마케팅비용을 가맹점의 매출액 구간을 세분화한 것도 논란이 제기된다. 연매출 기준으로 구간을 나눴을 뿐 구체적인 마케팅비용 배분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유업체의 경우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돼 1.5%의 카드 수수료를 적용받기 때문에 매출액이 많아도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부과해 수수료율을 올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경우 마케팅비용을 더 배분해도 2.3%인 카드 수수료 상한에 걸려 수수료율을 올릴 수 없다"며 "대형가맹점의 마케팅비용 부담을 늘려야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인트 적립과 할인 등 카드 부가서비스 비용을 전 가맹점이 아니라 실제 혜택을 보는 가맹점에 배분되도록 마케팅비용 산정방식을 바꾸라는 주문도 시간이 많이 걸려 당장 내년 가맹점 수수료 인하 때까지 시행이 불가능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부터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해도 수수료 인하가 시작되는 내년 1월말까지 70~80%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스템 개편 및 적용에 대한 유예기간도 없이 인하 시기에 맞춰 강행하는 것은 카드사들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