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이익집단 요구에 산으로 간 카드 수수료…영세가맹점은 소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권화순 기자, 주명호 기자] [(종합)농성하던 마트협회, 수수료 인하 혜택…카드사 구조조정·소비자 혜택 축소 ]

머니투데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달초 발표 예정이던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은 마트협회,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면 계속 미뤄져 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 중인 수수료 개편 TF(테스크포스) 외에 별도의 TF가 있는 것 같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26일 발표된 최종 방안은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됐다. 카드 결제에 드는 원가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이 전체의 93%로 늘어나 원가 산정의 의미가 퇴색했다. 당장 자영업자들은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고 환영했고 대규모 수익 감소로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카드사 노조는 투쟁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당정협의를 거쳐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금융위는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여력을 1조4000억원으로 계산하고 인하 여력 전부를 연매출 5억원 초과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에 배분했다.

원가 이하의 수수료인 우대수수료는 연매출 30억원 가맹점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미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매출세액공제를 감안할 경우 실질 수수료율이 0% 수준인 만큼 수수료를 더 낮추지 않고 유지했다.

대신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에 연매출 5억~10억원, 10억~30억원 구간을 신설해 수수료율을 0.28%~0.65%포인트(p) 인하했다. 이 구간에 포함된 약 24만개의 가맹점은 수수료가 연간 5200억원 감소한다. 금융위는 5억~10억원 구간의 가맹점은 연평균 147만원, 10억~30억원 가맹점은 505만원 수수료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와 여당은 또 매출액 10억원까지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공제한도를 연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해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 부담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은 가맹점은 전체의 84% 수준이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93%까지 확대됐다. 원가에 근거한 수수료율을 내는 가맹점이 7%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우대수수료율이 일반 수수료율이 됐다. 사실상 원가(적격비용)에 기반한 현 수수료 산정체계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맹점 수 기준으론 93%이지만 매출액 기준으론 34%"라고 설명했다.

우대수수료는 아니지만 연매출 30억~500억원인 가맹점의 수수료율도 최대 0.3%p 인하됐다. 정부청사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왔던 마트협회가 이 구간에 해당하는 가맹점들이다. 이들이 받는 수수료 절감 혜택은 연간 1850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액 500억원까지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대형 가맹점에까지 혜택을 퍼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살리기 대책이 된 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업계는 당장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압력에 노출됐다. 소비자들이 받던 혜택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은 공감하지만 카드 생태계의 다른 구성원들도 감안한 균형잡힌 정책을 해야 한다"며 "매출세액공제 확대 등 간접적인 방식을 활용해야지 정부가 자꾸 직접적인 가격 개입을 하는 것은 왜곡을 부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