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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생생확대경]폐지하라며 기댈 곳은 국민연금 뿐인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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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민연금을 폐지하라’

정부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겠다고 홈페이지를 만들었을 때, 남겨진 의견 셋 중 하나가 국민연금 폐지 요구다. 국민연금에 마음대로 가입하고 탈퇴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도 다수였다. 국민연금을 못 믿겠으니 그동안 낸 돈을 돌려받아 다른 곳에 투자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더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의견을 취합하는 곳에 오히려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도배’될 정도이니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몇몇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절대 폐지해선 안될 존재다.

국민연금공단이 노후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노후 준비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노후를 공적연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 10명 중 5명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노후대책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복지부가 조사한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중 60.7%가 국민연금이 주된 노후 수단이라고 답했다.

못 믿을 국민연금, 폐지가 답이라는 국민연금, 탈퇴라도 해서 그간 낸 돈을 돌려받고 싶은 국민연금. 이처럼 불신 가득한 국민연금이 막상 국민의 노후 준비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인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국민의 ‘불신’이다. 믿지 못하니 돈을 더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여론에 밀려 진작에 국회에 상정했어야 할 국민연금 개편안이 아직도 표류 중이다.

반면 지난 10년간 2차례를 빼고 매년 2~3%씩 인상을 거듭해온 건강보험은 내년에는 3.49% 인상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저항은 크지 않다. ‘아프면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국민 대부분이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라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중 절반은 노후에 국민연금이 꼭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건강보험처럼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꽤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불신의 아이콘’이 된 것은 정책을 밀어붙이기 급급한 정부 탓이 크다.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이번 개편안만 해도 그렇다. 기껏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며 간담회를 진행해놓고 개편안에 정작 국민의 의견은 없었다.

보험료율 인상이 시급한 과제라면, 인상 수준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했어야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는 없이 보험료율만 최고 15%까지 급격하게 올려야 한다고 하니 어느 누가 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겠는가.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차가운 이유 중 하나는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돈을 내고 연금을 받아야 하는 실부담자이자 수혜자인 국민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느껴서다. 국민연금의 필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국민연금을 주된 노후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분명 연금이 지속가능하기를 바라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원할 것이다. 충분히 납득만 시킬 수 있다면 건강보험처럼 보험료율 인상을 수긍할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고 개편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국민의견을 수용하는 소통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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