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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라진 '부산 갈매기'…야구장 응원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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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나단경 변호사 ]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the L]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머니투데이


안녕하세요. 나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입니다. 지난 12일 치열했던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마무리를 맺었습니다. 오늘은 최근 야구장에서 응원가나 유명 선수들이 등장할 때 나오던 등장곡이 많이 사라진 이슈와 관련해 저작인격권에 대해서 알아보고, 어떤 경우에 저작인격권 침해가 인정되는지 관련 판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응원가가 노래를 개사하고 빠르기 등을 변경하는 것은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원저작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유사합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저하시킬만한 사실의 적시가 명예훼손인 것처럼, 원저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작물을 변형한다면 저작자에 대한 침해가 저작인격권의 침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작인격권에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이 있습니다. □ 공표권이란,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권리이며(저작권법 제11조 제1항), □ 성명표시권이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자신의 이름을 표시할 권리를 말합니다(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 동일성유지권은 저작물의 내용, 형식, 제목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합니다(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야구 응원가는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이 문제될 것입니다. 저작자는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이 적법하게 이용되고 있더라도, 그 본래 의도한 내용과 형식대로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이용될 권리가 있습니다.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로 만들어 편곡과 개사를 통해 가사와 템포나 분위기 등을 바꾸면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2. 저작인격권은 저작재산권과 달리 일신전속적인 권리여서 저작권자에게 있으며 신탁이나 양도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프로야구 각 구단은 KBO를 통해 응원가의 사용료를 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음악제작자협회 등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편곡을 해 응원가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원곡을 변형했기 때문에 원저작자들이 저작재산권과는 별개로 저작인격권을 주장했습니다. 저작인격권이 중요한 것은 저작물을 수정하려면 저작인격권자의 허락을 받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재산권과 다르게 저작권 협회에 위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구단이 저작자와 별도의 협상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넥센은 응원가를 대부분 바꾸고 저작권자가 사망해 저작권이 없는 서양 가곡들을 편곡해서 사용하고, KT도 2018시즌부터 거의 모든 곡들을 창작해서 사용 중이며, 롯데도 2018시즌에 부산갈매기를 3월부터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구체적인 실제 재판에서 저작인격권의 범위와 제한정도, 침해 여부 주장이 다양하게 다퉈질 수 있습니다.

실제 저작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소송에서는 대부분 저작인격권의 침해 주장도 부수적으로 등장합니다. 저작인격권 침해만으로도 민사 또는 형사상 주장이 가능하므로 저작물의 합리적 이용이 상당히 제한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우리 대법원은 음악 미리듣기 서비스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서, 미리듣기 서비스가 저작인격권의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부분적으로 이용된 부분이 그 저작물의 전부인 것으로 오인되거나 저작자의 사상·감정이 왜곡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이용하는 분량 면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어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1다101148 판결). 즉 우리 법원은 음악 미리듣기 서비스가 저작재산권 침해인지와는 별개로 저작인격권 침해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저작인격권과 관련하여 최근 흥미 있는 사례로 ‘이루마 음반 판례’가 있습니다. 이 사안은 음반 기획사에서 ‘태교음악’, ‘공부할 때 듣는 연주음악’과 같은 제목의 음반에 이루마의 관련 음원들을 수록함으로써 당초 저작권자가 나타내고자 했던 사상, 감정을 왜곡해 동일성유지권 등 저작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우리 법원은 “음원의 경우 저작인격권으로서의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되는 내용·형식 및 제호의 변경은 음원 그 자체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음계, 박자, 화음과 그 외부적 표현형식인 악기연주 또는 노래를 통하여 표현된 소리 내지 음원 자체의 제목에 대한 변경을 의미하는 것일 뿐, 원저작자의 제작 의도나 음원에 담고자 한 사상 등에 대하여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서울중앙지법 2017. 8. 9.자 2017카합80409 결정).”고 판시해 저작인격권 주장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마음대로 변경을 가하는 것은 저작권침해에 해당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는 저작권법상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작권법의 의의처럼 저작자의 권리와 저작물 이용자의 이익을 조화가 필요합니다. 프로 야구의 인기는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응원가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모쪼록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응원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합니다.

머니투데이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나단경 변호사 jihyelee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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