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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출 늘리고 채용 늘린 은행권 비용증가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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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조달 비용·인건비·대손충당금 등 증가할 듯]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의 대출 성장이 제한되는 가운데 비용 절감 효과도 올해로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은행들의 호실적은 이자 이익 증가에 더해 지점 축소, 대규모 희망퇴직, 대손율 안정화 등 비용 절감이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내년부터는 비용 증가가 본격화 될 것이란 지적이다.

머니투데이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조55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3389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대출 증가 및 순이자마진(NIM) 상승을 실적 개선의 주된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2016년 4분기를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하던 NIM이 지난 3분기에는 대부분 은행에서 하락하거나 정체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최근 대출 재원을 위한 고금리 예금을 크게 늘리며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한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저원가성 예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요구불 및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26조원 감소해 약 10조원이 유입됐던 상반기와는 다른 분위기다. 내년부터 가계·기업간대출 간 가중치를 차등화 하는 예대율 규제(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의 비율)까지 시행되면 은행들의 조달 비용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새로운 기준으로 예대율 100%를 맞추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예대율이 잔액 기준이어서 1년 안에 조정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예금조달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디지털 금융 가속화로 지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여왔지만 올해는 신입직원 채용을 대거 늘려 비용 증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지점수는 2012년말 3780개로 정점을 찍고 지난 6월 말엔 3097개로 감소했다. 최근 5년반 동안 683개가 줄었다. 2016년 이후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6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 4대 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만 2000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비롯해 디지털 인력 등을 대규모로 채용하는 등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판관비에서 인건비 비중이 60%가 넘기 때문에 인원 감소는 판관비 안정으로 이어지지만 은행들이 최근 1년간 직원을 대거 채용해 판관비 효율성도 올해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사상 최저 대손비용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 둔화와 대출 증가율 둔화를 감안할 때 대손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4대 은행의 대손비용률은 0.1% 미만 수준이다. 특히 올들어 은행들이 대출을 크게 늘린 중소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최근 몇 년간은 낮아지는 추세였지만 올들어서는 등락을 반복하며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0.56%에서 지난 3분기엔 0.65%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0.22%에서 0.30%, 신한은행은 0.32%에서 0.34%로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출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저금리로 버티던 한계기업의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며 "대손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정 기자 roseha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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