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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탈중국화 본격화…몰디브는 '밀당' 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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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중국과 인도를 상대로 한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의 ‘밀당’이 주목받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인도에서 친중국, 또다시 친인도로 정책이 바뀌면서 인구 40만명 작은 섬나라가 중국과 인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중국의 서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몰디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을 통해 새롭게 들어선 몰디브 신정부가 전 정부와 중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무력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집권 여당인 몰디브 민주당 대표인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FTA는 매우 편파적”이라며 “(양국의 무역 관련) 수치가 대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리로부터 아무것도 사가지 않는다”며 일방적인 FTA라 비판했다. 몰디브 정부는 향후 FTA를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더는 FTA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국회에서 입법 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최근 취임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신임 대통령의 수석 고문으로 여당 연합을 이끄는 현 정부 실세다.

몰디브가 이처럼 탈중국 정책을 펴는 것은 섬나라 소국이 세계 제2 경제 대국과 FTA를 맺은 것 자체가 실수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전임 압둘라 야민 대통령 시절 진행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투자 등으로 나라 재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올해 1∼8월 양국 교역 현황을 보면 몰디브는 중국에서 3억4200만달러(약 3800억원) 어치를 수입했지만, 대중국 수출액은 27만달러(약 3억원)에 그쳤다. 또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 중국에 15억달러(약 1조6900억원) 이상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 몰디브의 인구(44만명)와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큰 액수의 채무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진 섬나라 몰디브는 전통적으로 인도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와 서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몰디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구애가 본격화했다. 전임 압둘라 야민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친중 노선을 표방했다.

올해 초 몰디브 대법원이 야당 인사 석방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야민 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맞서는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의 대리 전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인도양에 11척의 군함을 파견해 인도를 견제했고, 몰디브 야당 인사들은 계속해서 인도군 파병을 촉구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열린 솔리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외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것도 중국 세력 견제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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