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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카를로스 곤 몰락, 반대 세력 기획설도...르노-닛산 주도권 다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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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귀재에서 탐욕의 화신으로
닛산 경영, 무자비한 장의사로 명성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장의사’, ‘칼잡이’라고 불리던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의 신화가 막을 내렸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날 곤 회장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탐내던 경영의 귀재에서, 탐욕의 화신으로 추락했다.

구조조정을 위해 다른 사람의 눈에서 피눈물을 빼던 곤 회장의 몰락 이유는 다름 아닌 횡령이다. 유가증권보고서에 자신의 보수를 축소해 허위 기재하는 등 금융 상품 거래법 위반 혐의다.

곤 회장이 지난 2011년 3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총 99억 9800만엔의 급여를 수령했는데, 유가증권보고서에는 이보다 50억엔이 적은 49억 8700만엔만 기재했다. 쉽게 말하면 50억엔(약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장기간에 걸쳐 횡령했다는 것이다.

◇ 구조조정으로 명성, 코스트 킬러 별명도

브라질에서 레바논계 부모 밑에서 태어난 곤 회장은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국립 공과대학)를 졸업한 뒤 타이어 메이커 미쉐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31살의 나이에 브라질 미쉐린 사장이 되는 등 이른 나이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곤 회장의 신화는 1996년 르노의 파워트레인 운영 및 제조 담당 부사장으로 스타우트 되면서 부터다. 당시 곤 회장은 르노의 구조개혁을 이끌며 '비용절감의 달인'(Cost Killer)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400개 계열사를 4개로 줄인 과감한 구조조정은 아직도 경영계에 회자되고 있다.

조선비즈

카를로스 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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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곤 회장은 1999년 경영난에 처한 닛산자동차의 최대 주주가 된 르노자동차에서 일본에 파견됐다. 곤 회장은 닛산 재건 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1년 안에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3년 뒤 회계연도에 수익을 매출의 4.5% 이상으로 올려놓겠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즉각 사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곧 바로 닛산자동차의 전체 인원의 14%인 2만1000명을 감원하고 5개 공장을 폐쇄했다. 또 4년간 도쿄대 출신이 절반이 넘는 임원의 60% 이상을 바꾸기도 했다. 이후 부채가 2조 1000억엔(약 21조원)에 달하던 닛산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 놓으며 일본 산업계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일본에서는그는 '카를로스 곤의 진솔한 이야기'라는 만화책이 출간될 정도로 인기 있는 경영자로 꼽힌다.

2005년부터는 르노와 닛산의 CEO를 겸임했고, 2016년 미쓰비시 자동차까지 산하에 두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라는 거대 자동차기업 연합을 이끌었다. 연합 동맹은 지난해 자동차 판매 대수는 1060만 대를 넘어서면서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 르노-닛산-미쓰비시 동맹 흔들릴 가능성도

곤 회장은 횡령 이외에 회사 자산을 개인적 용도로 무단 사용한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오는 22일 이사회를 개최, 곤 회장을 해임할 예정이다.

문제는 곤 회장 해임 이후다. 그의 해임 이후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동맹이 흔들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합 동맹은 르노가 닛산 지분 43.4%,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닛산은 미쓰비시 지분도 34%도 갖고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동맹이 곤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묶여 있는 만큼 그의 부재가 업체들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곤 회장은 이들 3사의 독립적인 경영권을 지키면서도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강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또 연합 동맹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끌어 왔다.

이 때문에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에서도 곤 회장 구속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주주로서 프랑스 정부는 르노 동맹의 안정성에 주의를 기울이며 피고용자를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산업부 장관으로 재임할 당시부터 곤 회장에게 프랑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르노와 닛산이 합병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 합병 반대 세력 기획설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곤 회장의 반대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기획된 숙청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닛산과 관련된 인물들은 조사에서 플리바게닝(유제협상제도) 제도를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닛산 내부 고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다 곤 회장의 부정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또 곤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그레그 켈리 닛산 대표이사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곤 회장은 올 들어 프랑스 정부가 원하는데로, 르노와 닛산을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사이카와 닛산 사장은 이 계획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히로토 닛산 사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곤 회장 취임 이래 너무 많은 권한이 그에게 집중되는 바람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참 사회부장(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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