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하이닉스 비중 줄여라" SK의 새로운 고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장 계열사 10곳 3Q 누적 영업이익, 하이닉스 비중 82%
CEO 세미나서 ‘하이닉스 쏠림’ 논의…신사업 발굴 숙제

SK 그룹 상장 계열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을 맞아 SK하이닉스(000660)가 기록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그룹 내에서 하이닉스의 비중이 커지면서 ‘포스트 반도체’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2박 3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하이닉스 쏠림’ 현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CEO 세미나는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 관계사 CEO 등 그룹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자리다.

조선비즈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19일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사업 모델 혁신 방안을 계열사 CEO들과 논의하고 있다./SK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의 실적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하이닉스 착시 효과’가 있다. 그룹 경영진에서도 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고, 세미나에서 비슷한 얘기들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 그룹 내 하이닉스의 비중은 매년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 아래 있는 SK그룹 상장사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 나노엔텍(039860), 아이리버(060570), 에스엠코어(007820), SK머티리얼즈(036490), SKC(011790), SKC솔믹스(057500), SK바이오랜드(052260), SK(034730)㈜ 등이다.

이 중 지주회사인 SK㈜를 뺀 나머지 10개 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6조3649억원, 영업이익은 20조912억원으로 집계됐다. 10개 회사의 작년 영업이익이 18조8561억원이었는데, 3분기 만에 이미 작년 전체 실적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하이닉스가 차지한 비중은 매출의 경우 35.3%, 영업이익은 81.7%에 달했다. 10개 회사에서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영업이익의 비중은 2016년 39.2%, 작년 72.8%로 매년 커지고 있다.

조선비즈


SK그룹이 ‘포스트 반도체’를 걱정하는 이유는 반도체 경기가 곧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하이닉스와 함께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성장세가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가격(8Gb DDR4 고정 거래가 기준)은 7.31달러로 9월 8.19달러보다 10.7% 하락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D램의 가격 하락세는 10월부터 시작됐고, 이런 추세는 4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는 반면 기업의 생산량은 계속 늘어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의 29.1%를 점유해 삼성전자(005930)(45.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39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8% 늘어나는데 그쳤고, SK텔레콤은 3분기까지 97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작년보다 20.4% 줄었다.

SK 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3월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등을 5대 중점 사업으로 꼽고 관련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 통신을 융합한 ‘에너지 솔루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는 게 모든 기업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재호 기자(jeo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