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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현장메모] 반복되는 대입혼란, 대학은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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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쉬워도 난리, 어려워도 난리’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이맘때 익숙한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2019학년도 수능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국어 교사와 전공자들도 풀기 어려웠다는 국어영역 31번 문제로 대표되는 ‘불수능’ 논란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물수능’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김없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비난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그야말로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대입 혼란이다.

세계일보

이강은 사회부 차장


애가 타는 수험생과 학부모, 출제 당국과 달리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이른바 ‘좋은 대학’들은 느긋하지 않을까 싶다. 변별력이 생겨 고득점자를 가리는 데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이들 대학으로선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맡기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도 반길 만한 대목이다. 대학이 선발권을 행사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비판여론도 어느 정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론 대학이 설립 취지와 인재상에 맞춰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게 옳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의 대입제도가 그렇다. 이들 나라와 사회·경제·문화적 배경과 구조, ‘대학 간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행 수능체제 손질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우리 대학들의 학생 선발능력이 영 미덥지 못하다는 거다. 서울의 주요 대학만 하더라도 수시든 정시든 조금이라도 더 스펙이 좋거나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경쟁적으로 뽑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대입전형이 단적인 예다. 더군다나 대학 간 서열에 예민해하면서 정작 뽑아놓은 학생들에겐 ‘알아서 대학 다니다 졸업하라’는 식의 풍토가 여전하다.

성적과 스펙은 부족하나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하고 잘 가르쳐 사회에 유익한 인재로 길러내는 역량이 대학들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이나 교수 자녀 논문 끼워넣기 논란 등 입시전형 공정성과 신뢰성을 흔드는 사례도 심심찮게 터진다. 요컨대 반복되는 대입 혼란의 책임에서 대학이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간판만 번지르르한 좋은 대학이 아니라 대학다운 대학이 많아져야 대입제도도 개선되지 않을까.

이강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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