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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판사들 ‘각성’에 국회 탄핵소추 ‘탄력’…민주당 “즉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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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관회의, 첫 ‘탄핵 촉구’ 의미·전망

정치권 논의 지지부진 했지만

법원 내부 자정 의결에 다시 동력

민주·평화·정의당 “법관 충정 환영”

한국·바른미래당은 부정적 기류

국회 의결→헌재 접수로 재판 시작

사상 첫 법관 탄핵 이뤄질지 주목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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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19일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를 한 사법농단 관련자들의 탄핵소추 절차가 검토돼야 한다고 의결하면서, 이제 국민의 시선은 법관 탄핵소추권이 있는 국회로 쏠리게 됐다. 그동안 특별재판부 설립 공방에 가려 지지부진했던 국회의 탄핵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사법농단 법관 탄핵소추’는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9월12일)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10월1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10월23일) 등이 이어달리기 식으로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이 또 탄핵을 추진하고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권에서는 이날 법관회의의 의결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완강한 반대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처리가 무산됐고, 뒤이어 판사 대표들이 ‘사법농단 법관 탄핵’을 주장하고 나선 만큼 정치권이 탄핵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법부가 이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이라며 “탄핵을 적극 검토했던 우리 당으로서는 필요한 시점에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정의당도 법관회의의 결정을 반겼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사법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법관들의 충정으로 이해한다.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탄핵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는 하루빨리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야당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사법부가 판사 탄핵소추에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관련 사건의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법원 스스로 다른 한쪽 판사들을 적폐로 규정하고 편을 가르면서, 사법부도 정치화한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보수 야당이 반대해도 탄핵소추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헌법은 법관 탄핵소추 요건으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에 과반수가 찬성을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 3분의 2 이상 찬성)보다 문턱이 낮다. 민주당(129석), 평화당(14석), 정의당(5석)이 뭉치고, 평화당과 뜻을 함께하는 바른미래당 3인방(박주현·이상돈·장정숙),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무소속인 손금주·이용호 의원 등을 합치면 의결에 필요한 의석수 확보도 가능하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상임위 심사가 필요한 일반 의안이 아니어서 발의와 동시에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표결이 가능하다.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검사 역할을 하는 탄핵소추 위원이 된다. 그가 탄핵소추 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접수하면 탄핵 심판이 시작된다. 탄핵소추된 법관은 즉시 재판 업무에서 배제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중대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파면을 결정한다. 법조계에서는 법관 탄핵의 기준이 대통령 탄핵보다는 덜 엄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이 결정되면 해당 법관은 즉시 파면되며, 변호사법에 따라 5년 안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수립 이후 지금껏 법관이 탄핵된 적이 단 한 건도 없고, 국회가 법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적도 없다. 전두환 정권 때 부당한 판사 인사를 일삼은 고 유태흥 전 대법원장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사건 피고인들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은 신영철 전 대법관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적은 있지만, 유 대법원장 탄핵안은 부결됐고, 신 대법관 탄핵안은 처리기한 만료로 폐기됐다.

법원 안팎에서 거론되는 법관 탄핵소추 대상자는 권순일(59·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서울고법 이민걸(57·연수원 17기)·이규진(56·연수원 18기) 부장판사, 울산지법 정다주(42·연수원 31기), 창원지법 박상언(41·연수원 32기), 마산지원 김민수(42·연수원 32기) 부장판사 등이다.

김민경 김태규 정유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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