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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反헌법적 행위"라는 사법권 남용…법관 탄핵 근거와 절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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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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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 소추’가 이뤄질까.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 법관의 탄핵 소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첫 사례로, 국회 논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관회의 논의 과정에서도 의결 정족수(과반수)를 가까스로 넘은만큼 향후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과 관련된 사항은 헌법 65조에 규정돼 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관회의에 앞서 탄핵소추를 주장한 권형관 판사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형사 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탄핵은 현행법상 법관을 '파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에 가깝다. 법관은 헌법에 신분보장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 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징계법상 법관의 최고 징계수위는 정직 1년에 불과하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김수천 부장판사와 형사사건 피의자로부터 사건 무마 대가로 2억6000여만원을 받은 최민호 판사도 정직 1년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처럼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수 있도록(헌법 103조)' 하기 위해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의 경우 헌법을 위반했고,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관회의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한 것이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한 것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했다.

현직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1985년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 2009년 당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서다. 유 전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에게 부당한 인사 조치를 했다는 이유였고, 신 전 대법관은 2009년 촛불집회 당시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유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표결 결과 부결됐고, 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발의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다.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야 한다.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탄핵 소추가 의결되면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이 결정된다.

탄핵 결정이 나면 공직에서 파면된다. 다만, 형사나 민사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에 따른 책임을 별도로 져야한다는 의미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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