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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합시론] 민생법안 방치한 데 이어 예산까지 표류시키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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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주 90여 개 민생법안 처리 본회의를 무산시켰던 정기국회의 파행이 길어지고 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19일 회동을 했지만,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여당은 '선(先) 감사원 감사, 후(後) 국조 검토'로 맞섰기 때문이다. 상임위는 헛돌았고 일찌감치 가동됐어야 할 예결위 예산 소위도 구성 못 한 채 허송세월이다. 민생에 직결된 법안을 무더기로 방치한 데 이어 나라 살림살이 심의까지도 표류시키는 국회를 보노라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예결위는 당초 지난 15일부터 예산 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감액·증액 심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 소위 정수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소위는 출발도 못 하고 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예산 소위 정수를 지난해 15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비교섭단체 1명을 포함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당은 관례에 따라 위원 정수를 15명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예결위 전체 회의 때부터 이어진 '예산전쟁' 힘겨루기의 연장이다. 새해 예산안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이런 식으로 여야 기 싸움이 길어지면 물리적으로 법정시한 준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사 가까스로 예산 소위가 구성된다고 해도 '벼락치기' 심의는 불을 보듯 뻔한 양상이다. 새해 예산은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가 넘는 '슈퍼 예산'이다. 경기 순환상 하방압력을 받고 있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에 꼼꼼한 예산심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확장적이고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목표대로 일자리 증대와 경제 활력 제고 등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쓰임새가 제대로 편성됐는지, 예산이 과잉 편중되지 않았는지, 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국회의 예산 통제 기능이 작동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예산 국회에서 예산심의가 멈춰서 있다는 것은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가 권한과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또 늑장 가동된 예산심의의 장막 뒤에서 정작 중요한 나라 살림살이 검토는 건성으로 넘어가고, 지역구 이해가 걸린 예산 끼워 넣기에 골몰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재연될까 두렵다.

청년들과 국민을 분노하게 한 고용세습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며, 필요하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마땅하다. 국정조사로 의혹을 규명하라는 여론도 적지 않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조를 안 한다는 것도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선(先) 감사원 전수조사'만으로 야당의 요구에 맞서지 말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적 해법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국회 본연의 임무인 법안과 예산안 처리까지 뒷전으로 내팽개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야당도 법정시한이 열흘 남짓밖에 안 남은 예산안 심의를 대여투쟁의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하물며 국회의 전면 보이콧 전술까지 거론한다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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