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고춧가루 탄 물 뿌리고, 칼 뽑고… 스리랑카 '난장판 국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총리 불신임 놓고 의원들 난투극

'해머 국회' '최루탄 국회'와 같은 의회 난동은 한국에서만 있는 일이 아닌 모양이다. 스리랑카에선 '고춧가루 국회' '칼 국회'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국회에선 의자와 종이 박스가 날아다녔고, 고춧가루를 탄 물을 상대 의원에게 뿌렸다. 심지어 한 의원은 작은 칼을 들고 나타났다. 스리랑카 국회에서 초유의 난투극이 벌어진 것은 총리 불신임 문제를 두고 현 대통령인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대통령이자 10년간 독재를 한 마힌다 라자팍사, 그리고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 간의 알력 때문이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당시 제1 야당 당수였던 위크레메싱게와 손잡고 라자팍사의 3선을 저지하며 201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참여했다 진 빚으로 자국 내 함반토타 항구를 내주고, 국영기업 요직에 자신의 친척들을 앉히면서 비판을 받았고 민심을 잃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이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자 시리세나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자신의 암살 계획에 연관됐다는 첩보를 받았다며, 그를 해임하고 전 독재자 라자팍사를 새 총리로 임명한 뒤 내년 1월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의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총리 해임권이 없다며 반발하자 이달 초 의회를 해산하기까지 했다. 대법원에서 의회 해산 조치가 부당해 12월 7일까지 연기한다고 판결하자 의원들은 라자팍사의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고자 했고, 라자팍사 지지자들은 이를 저지하려 나선 것이다. 14일, 16일 두 차례 의회가 소집돼 물리적 충돌 와중에도 불신임안이 통과됐으나 시리세나 대통령은 구두 표결이라며 거부했다.

한국 국회에서는 2008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여야가 충돌했을 때 야당 인사가 해머를 들고 나타나 문을 부쉈고, 3년 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FTA 통과를 반대하며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최아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