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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윗선 지시여서 거부 못했다고?…NO라고 한 법관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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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전 광주지법원장 등 법원행정처 문건 전달 거절

비리 은폐 조사 요구 판사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70) 시절 대부분의 법관들은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거나 이에 동조했지만 일부 법관들은 재판개입 시도와 지시를 거절하거나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향신문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구속 기소)의 공소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광태 전 광주지법원장(57)은 2016년 2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7)으로부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소송에 대한) 문건을 만들었는데 재판부에 전달해줄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지만 “재판부에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거절했다.

이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6)이 담당 재판장이자 본인과 친분이 있는 박길성 전 광주지법 행정1부 부장판사(54)에게 직접 전화해 ‘법원행정처는 청구 기각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지만 박 부장판사도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 “박 부장판사는 승진 인사를 앞두고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청구 기각 판결을 검토했으나 배석판사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원고 청구인용 판결을 선고했다”고 적시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나선 통진당 잔여재산 가압류(가처분) 사건에서도 재판에 개입하려는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 최우진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45)은 ‘통진당 예금 계좌에 대한 채권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최 전 심의관은 윤성원 전 사법지원실장(55) 지시로 해당 문건을 출처와 작성자를 알 수 없는 양식으로 변경한 후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에게 통진당 가압류 사건 담당 법관들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최 전 심의관은 전국 16개 법원 담당 법관들에게 직접 e메일로 자료를 보냈다.

2016년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신고한 법관도 있었다.

박영재 부산고법 부장판사(49)는 “1심 재판장 권영문과 부산고법 부장판사 문상배가 대학 동창이자 연수원 동기이므로 문상배가 1심 재판 진행 내역과 재판부 심증을 피고인 정모씨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법원행정처에 알렸다. 그러나 임 전 차장 등은 사법부 위상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유희곤·조미덥·정대연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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