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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분리해서 버려달라고 했는데…'쓰레기통' 된 일회용컵 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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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발생하는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이고자 서울시와 스타벅스 그리고 환경부와 자연순환사회연대 등이 손잡고 ‘일회용컵 전용수거함’을 시범 설치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각종 쓰레기로 뒤섞인 수거함이 발견돼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종로구 종로타워 광장에서 ‘일회용컵 전용수거함 설치 시범사업’ 기념행사를 열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다회용컵 1000개와 친환경 커피찌꺼기로 만든 꽃화분 키트 1000개를 증정했다. 자원 재활용에 시민들이 큰 힘이 되어달라는 호소였다.

시는 자치구의 신청을 받아 종로구, 용산구, 도봉구, 동작구 총 4개 구에 있는 관광객 밀집지역인 이태원, 대학가 주변, 광화문 등 유동인구가 많은 17개소에 올 연말까지 일회용컵 전용수거함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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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6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광장에서 환경부 박천규 차관(왼쪽에서 네 번째)과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일회용컵 전용수거함 설치 기념식이 진행됐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세계일보가 18일 정오 무렵 찾은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의 일회용컵 전용수거함은 컵라면과 과자봉지 등을 비롯해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수거함 주변에는 고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흐른 각종 음료 흔적이 검게 남아 오가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곳 수거함은 시범 설치 시작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오가는 이들의 시선 속에 기자가 직접 촬영한 수거함 내부에서는 ‘종이팩/종이컵’ 그리고 ‘플라스틱컵(PET)’이라는 이름을 무시하듯 뒤섞인 여러 쓰레기가 발견됐다. 광고지와 전자담배 상자, 비닐과 컵라면 용기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쓰레기가 전용수거함의 의미를 완전히 퇴색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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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 설치된 '일회용컵 전용수거함'. 플라스틱컵 전용 분리함이지만 살펴본 내부에는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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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 설치된 '일회용컵 전용수거함'. 종이팩과 종이컵 전용 분리함이지만 살펴본 내부에는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광화문역 인근을 지나던 일부 시민들은 음료 흔적으로 더러워진 수거함을 보고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대표적인 관광객 밀집지역 광화문에 좋은 취지로 설치된 수거함이 쓰레기통으로 전락하면서 이미지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가 전용수거함을 제작해 설치와 보수를 맡고, 시는 자치구를 통해 일회용컵을 수거하고 전용수거함을 관리한다. 수거함을 관리하는 종로구 관계자들만 ‘나 몰라라’ 일반 쓰레기를 버린 이들 때문에 애를 먹게 된 셈이다.

지난달 행사 당시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불가피하게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엔 분리배출을 철저히 해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회용컵 분리보다 쓰레기부터 걸러내는 게 우선 과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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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 설치된 '일회용컵 전용수거함'.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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