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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강제징용 노동자상' 훼손…화려한 제막식·관리는 뒷전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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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심각한 일입니다. 반드시 찾아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세계일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 건립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서 있기조차도 힘겨운 표정을 한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민들이 낙서로 훼손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표지석의 복구 작업을 펼쳤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의 억울한 희생을 기리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서울 용역 광장 세워졌다.

깡마른 남성이 곡괭이를 든 모습의 노동자상이 세워진 용산역 광장은 일제 시절 조선인 강제 징용 전초기지다. 최소 100만명 이상의 조선인이 용산역 광장에 집결해 나가사키 군함도 등 일본과 사할린, 쿠릴 열도, 남양군도 등으로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5일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찾았다. 용산역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은 차가운 바람에 서 있기조차도 버거운 듯 햇빛을 가리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가을바람을 견디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뼈는 앙상하게 드러났고 살이 붙어있어야 할 옆구리엔 갈비뼈만 툭 불거져 있다. 초점을 잃은 듯한 눈빛, 삐쩍 마른 쥐어짜듯 서 있는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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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노동자 상'이 낙서로 훼손됐다는 점. 노동자상 받침 부분을 비롯해서 징용 피해자의 사진과 추모글 등이 새겨져 있는 '표지석' 구석구석 낙서를 했다. 지난달 31일 시민들은 낙서로 훼손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표지석 복구 작업을 펼쳤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사진과 추모글 등을 새긴 '표지석'에 누군가 유성펜 등으로 얼굴과 주요 부분에 흘려 쓴 듯 한 낙서를 해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용산역 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고의적이다. 혐오를 유발하도록 얼굴과 신체 부위 중심으로 낙서가 됐잖아요”라며 “분명히 법적이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격분했다.

◆ 훼손·오물 '눈물 흘리는 소녀상'

일본군 성노예제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도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데는 미숙하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에 따르면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 전국에 세워진 소녀상은 현재까지 102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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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입구 광장에 설치돼 있는 '용산 평화의 소녀상'. 용산구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용산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는 1000여 명의 개인과 60여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발족 1년 만에 서울시에서 12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전국에 소녀상 건립 바람이 불어 서울에만 16개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세워지는 소녀상은 건립추진위원회가 제막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지역주민들이 이른바 '지킴이' 활동을 하지만 자원봉사 형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소녀상을 툭툭 치거나 쓰다듬는 등 훼손을 한 중학생의 영상이 SNS에 올라오면서 공분을 샀다.

지난해에는 경북의 소녀상 얼굴 2∼3곳에 날카로운 물체로 긁힌 것으로 보이는 3∼4㎝가량의 자국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에서도 각종 오물로 관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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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솔직히 관리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이태원은 유흥거리다 보니 쉽게 훼손된다고 봐요”라며 “CCTV 설치가 되어 있다고 표시하던가 아니면 법적 처벌이 강화가 (훼손 방지에) 도움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서울의 한 광장에 세워진 소녀상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료, 담배꽁초 등 쉽게 버려지는 생활용품들이 바람에 날리거나 버려져 어지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녀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관리 책임을 지도록 '공공조형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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