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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먹고 입고 바르고… 일본 청소년들 "한국 스타일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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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 개방 20년] [中] 3차 한류 붐

10~20代 방송보다 소셜미디어로 한류 접하고 열광… 전파에 앞장

"멧차 가와이(너무 귀여워)!" "인스타니 노세요(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카페 이름이 한글로 '여름'.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초입에 있다. 입술과 볼을 붉게 칠한 10대 여학생 둘이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방탄소년단(BTS)의 도쿄돔 콘서트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 15일, 카페엔 BTS의 '페이크 러브'가 울려 퍼졌다. 카페 벽엔 '절망의 끝에는 문이 있고 너희가 있다'는 한글 네온사인이 빛났다. 점원 오하시 유키나(20)씨는 서툰 한국어로 "한국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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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서 각종 BTS 관련 팬 상품(왼쪽)을 팔거나 엑소·트와이스 등 한국 아이돌 사진을 판매하는 상점들(오른쪽). 원조 코리아타운이라 했던 이 상점가는 최근 한국식 치즈핫도그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한국 아이돌 춤을 추는 10대 청소년들의 거리로 변신 중이다. /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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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의 거리' 하라주쿠가 10~20대 한류 팬의 '인증 샷' 코스로 떠올랐다. 한글 간판 카페를 비롯해 한국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스타일난다·이니스프리 하라주쿠점, 라인프렌즈샵 등에서 찍은 사진을 많이 올린다. 소셜미디어에서 일본어로 '#하라주쿠(はらじゅく)'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한글 간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줄줄이 나온다. '얼짱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에뛰드하우스는 하라주쿠 인근에만 지점 3곳을 냈다. 이날도 BTS 콘서트 기념품 쇼핑백과 캐리어를 양손에 든 젊은 여성들이 다케시타 거리를 오갔다. 홋카이도에서 온 열여섯 살 소녀는 "일본과 한국 사이 여러 문제가 있다지만 K팝과는 상관없다. BTS를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도쿄 중심에 부는 '한류 붐'

20년 전 일본 대중문화에 빗장을 푼 뒤 현해탄을 건넌 건 오히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였다. 한류의 신호탄을 이때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미디어가 월드컵 분위기를 조성하고 NHK가 '겨울연가'를 방송하면서 한류 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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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한류 붐을 3단계로 구분한다. 1차는 욘사마(배용준)를 시작으로 한 '드라마 한류'. 이를 2011년 소녀시대·카라·동방신기 등 K팝 아이돌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일본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와 K팝 가수가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3차 한류 붐'으로 불린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10~20대를 중심으로 2015년부터 퍼졌다. 유튜브를 타고 일본 팬층을 넓힌 걸그룹 트와이스는 방송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NHK 연말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

◇일본 10대에게 한국은 '파스텔 핑크'

3차 한류 붐은 한국 스타일을 '멋지고 따라 할 만한 것'이라 받아들이는 데까지 나아갔다. 10~20대 인기 잡지 '니콜라'는 올 11~12월호 표지로 '한국 스타일'을 내세웠다. 부록은 '한국 인기 브랜드 화장품'.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2017년 2억2600만달러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원조 코리안타운 신오쿠보에서 시작된 '치즈 닭갈비'나 '치즈 핫도그'는 이제 일본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식이다. '치즈 닭갈비'는 일본 최대 조리법 사이트 '쿡 패트'가 선정한 '2017년 음식 트렌드 대상'에 선정됐다. 신오쿠보 거리는 요즘 핫도그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한국 아이돌 춤을 추는 10대로 발 디딜 틈 없다. '스타일난다'의 핑크빛 인테리어를 본뜬 상점·카페도 곳곳에 생겨났다. 10대들 소셜미디어엔 '간코쿠진니 나리타이(한국인이 되고 싶어)'란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만 1만7000여개. 마이니치신문은 "국적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한국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은 심리"라고 보도했다. 황선혜 센터장은 "일본 10대에게 한국은 '욘사마'가 아니라 '파스텔 핑크'"라며 "어릴 때 한국 문화를 좋아한 기억은 평생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BTS '티셔츠 논란'에도 3차 한류 붐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후루야 마사유키씨는 "서로의 문화를 즐기는 한·일 젊은이들이 양국의 건설적 관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황성운 주일 한국문화원장은 "한국은 한 해 800만명이나 일본을 찾는 중요한 손님이라 정치 갈등과 관계없이 문화 교류는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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