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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리스트 공개' 한발 물러선 미국… 북핵협상 교착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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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에 ‘先 핵·미사일 목록 요구’ 유보… 펜스 부통령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제출하라고 하지 않을 것”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사진) 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핵·미사일 목록을 제시하라고 북한에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잠정적으로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 핵시설과 핵무기 개발 장소 목록을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정상회담에서는 그것들에 대한 검증 가능한 플랜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의심스러운 모든 핵무기와 개발 장소 확인 및 현장 사찰이 허용되고, 핵무기 폐기 계획도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美 마이크 펜스 부통령. AP=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지난 5개월 이상 ‘선 종전 선언’과 ‘선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을 내세우며 줄다리기를 계속함에 따라 양측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북·미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미사일 리스트를 미국에 넘겨주면 이는 미국에 공격 목표물을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리스트 제공을 완강히 거부했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이 비핵화 의지를 실제로 확인할 척도라고 맞섰다. 양측 간 대립 속에서 북한은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간 고위급 회담을 무산시키는 등 강공 작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의 CNN방송은 “펜스 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핵·미사일 목록 제공 요구를 더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미국이 먼저 뒤로 물러서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담 마운트 전미과학자협회(FAS) 선임 연구원은 CNN에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계산된 시도”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 변화로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양측 간 고위급 또는 실무자급 회담이 곧 재개될 것으로 미국 측이 기대하고 있다. 부르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타협안을 냄으로써 북한이 미국과 실무급 회담에 나오도록 독려했다”면서 “북한이 이것마저 거부하면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확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어주는 증거로 이것을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넷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한 개인적으로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재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 시설을 영구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종전 선언과 제재 완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미국의 이번 핵·미사일 목록 요구 유보를 ‘상응 조치’로 여길지 불확실하다. 펜스 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중국)는 북·미 쌍방이 접촉하는 것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이날 미 국무부가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연관된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는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미사일 기지 13곳을 파악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속임수’라고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김민서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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