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계열사, 배당확대 전까진 상승 제한적
강성부<사진> 케이씨지아이(KCGI) 대표가 한진칼의 2대 주주(지분율 9%)로 올라서면서 한진그룹 주가 변동에 이목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증시 전문가들은 “당장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따라 내년 1분기까지 한진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효과가 계열사로까지 파급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 대표는 평소 ‘기업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을 역설한 인물이다. 그는 예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이후 시장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대기업들의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일단락되면 주주 이익 환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K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했던 강 대표는 올해 7월 신생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 KCGI를 설립했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거나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ㆍ중소기업을 주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강 대표는 향후 한진칼의 내부거래(터널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거래로 인해 국내 회사들의 배당 수익률이 낮다는 게 평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물류 기업인 한진과 한진칼의 내부거래는 지난해 기준 무려 54.9%에 달한다.
그는 “지분 20%를 채 가지지 않은 오너 일가가 나머지 80%를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감 몰아주기, 즉 ‘터널링’ 때문에 지난 10년간 배당 수익률이 필리핀이나 방글라데시만도 못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내년 1분기까지 이사진 교체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진칼의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린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참여 선언을 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을 예상한다”며 “1분기 주주총회 전까지 행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의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이므로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이사의 선임’은 보통결의 사항(출석한 주식수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발행주식총수의 25% 이상이 찬성)이라서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감사 선임은 ‘3% 룰(상장사의 감사ㆍ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 때문에 KCGI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이 국민의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이 이사회와 관련해 KCGI 측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한진칼의 경영 투명성 강화가 정부 정책을 통해 더 힘을 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14일 국토부가 ‘항공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항공사나 임원이 갑질 등으로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기로 하면서다.
다만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 상승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KCGI는 한진칼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것이지,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진 않았다”며 “향후 KCGI 입장에 진에어 등 계열사에 대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시점이 돼서야 계열사 주주들이 몰리면서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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