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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10년전 실패 분양원가공개 서울시 이어 국토부도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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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조치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서울시에 이어 정부도 내년부터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가격 공시 항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분양가 상승이 미미한 상황에서 실효성도 없고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대의 뜻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정부 당시 불붙었다가 부작용과 국민 반발 등으로 결국 폐지된 '흘러간 옛 노래'를 엉뚱하게 경기가 악화되는 시기에 꺼내드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의 분양가격 공시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16일 입법예고한다. 다음달 26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마무리해 이르면 내년 1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공공택지 공급 주택은 12개 분양원가 항목을 공시해왔다. 택지비(택지구입비, 기간이자, 그 밖의 비용), 공사비(토목, 건축, 기계설비, 그 밖의 공종, 그 밖의 공사비), 간접비(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등이다.

이번 개정안은 공사비를 세부 공종별로 구분해 62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했다. 2007년 9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운영했던 '61개 공시 항목'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세부 항목을 1개 늘렸다. 공시 항목을 자세히 뜯어보면 △택지비 4개 항목 △공사비 51개 항목 △간접비 6개 항목 △그 밖의 비용 1개 항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나 역풍을 예상해서인지 "현재 폐지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되살리는 방안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분양원가는 참여정부 때인 2007년 아파트 값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택지 61개 항목, 민간택지 7개 항목을 공개하도록 했으나 부작용만 부각돼 결국 다음 정부에서 공공은 12개 항목으로 줄고 민간은 공개가 폐지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도 "시장경제에선 용인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공개 반대했지만, 여당의 일부 극렬한 의원들 주장에 밀려 도입했다가 수년 뒤 크게 후회한 정책의 대표 사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또 분양원가 공개 주장이 나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일부가 부화뇌동한 모양새다. 9월 경기도시공사가 공공분양·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했고, 14일엔 SH공사가 12개이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61개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까지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건설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분양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땅값인데 정작 토지를 공급하는 정부가 땅값은 낮추지 않고, 효과도 크지 않은 민간의 '영업비밀' 공개를 강요하며 건설사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주택정보포털(HOUSTA)을 분석한 결과, 2~3년 전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불과 30%대였던 '땅값'이 작년 말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6년 뉴타운 최초로 분양원가 공개를 결정했던 '은평뉴타운'은 땅값이 상승하면서 실제 분양가 인하 효과는 2~3%대에 그쳤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를 20~30% 이상 낮춘다는 시민단체 주장은 허상이었던 셈이다.

분양원가 공개가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결국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주택시장 가격 상승의 원인은 분양가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불안해진 수요자 심리때문"이라며 "분양가격은 정부가 HUG 분양가 심사를 통해 이미 잡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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