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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IT여담] 웨이모 자율주행택시 선언하던 날, 카카오는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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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점 명확히 걸러내야”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가 12월 중 자율주행택시 상용화에 나선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웨이모는 지난해 4월부터 동일한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바 있으며 우버와 리프트처럼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면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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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을 통해 웨이모의 기념비적인 성과가 공개되던 순간,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15일 성명을 통해 “카카오의 카풀은 택시 생존권을 위협한다”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체 모빌리티 산업에서 보면 카풀은 지극히 일부입니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자율주행택시를 바탕으로 스마트시티 청사진까지 그려지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아직 비슷한 논의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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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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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택시의 극적인 충돌

카카오 모빌리티는 올해 초 카풀 서비스 럭시를 인수한다고 밝힌 후, 최근 연내 모든 절차를 완료한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 카풀 크루를 모집하며 서비스 예열에 돌입하는 한편 본격적인 모빌리티 확장전략을 구사한다는 각오입니다.

택시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카풀 자체는 문화의 하나로 존중하지만, ICT 대기업인 카카오가 카풀을 하는 것은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 카풀이 시작될 경우 택시기사들의 대량해고 등 생존권이 위태로워지고, 운송질서가 무너진다는 설명입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모빌리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한편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또 집회를 연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지난 9일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와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만남을 가지는 등 나름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회동은 카카오택시 전략과 관련있으며, 카카오 카풀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15일 택시업계 성명서에 카카오 카풀을 규탄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을 보면, 9일 회동에서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합의점 모색은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아 보입니다. 최근 카카오가 5000원의 즉시배차 서비스를 시도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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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모빌리티 정주환 대표가 택시업계 인사와 만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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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논리 장단점

카카오 카풀 논란의 행간에 주목해야 합니다.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대주주가 되어 모빌리티의 판도를 바꾸고 있고 중국 디디추싱이 공격적인 외연확장에 나서는 한편 웨이모 등이 자율주행택시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모빌리티의 초입인 카풀의 성공여부는 이후 벌어질 초연결 시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기 때문입니다.

택시업계는 카풀 자체를 규탄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카카오가 ICT 대기업의 약탈적 지위를 바탕으로 택시업계를 이용하고 있으며,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장담할 수 없어 졌다고 토로합니다. 승차거부 등 택시업계로 쏟아지는 지적에는 “자정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서 ICT 기술의 발전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우리도 ICT 발전을 체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 등 ICT 업계는 카풀 서비스 출시로 승객의 만족도를 크게 증진시킬 수 있고, 택시업계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택시업계가 카풀을 둘러싸고 카카오를 비판하는 행위를 일종의 ‘오해’라고 보는 셈입니다.

두 입장 모두 맞는 말이 있고, 개선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먼저 택시업계의 경우 ‘카카오 카풀이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겪어보지 않았고, 우버택시 등 비슷한 시도가 있었을 때 영향력을 행사하며 몰아낸 경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카카오 카풀이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있는 이유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택시 잡기도 어렵고 승차거부와 불친절한 택시운행 등 지금까지 다양한 불만사항들이 제기된 상태에서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카카오 카풀이 등장하려고 하자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카카오 카풀은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몰염치한 행태입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승차거부로 볼 때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난망합니다. 당연히 “ICT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을 이루겠다”는 말도 설득력을 상실합니다.

택시업계는 적폐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로부터 소위 적폐로 몰려 혼신의 힘을 다한 파업마저 조롱거리로 전락한 배경에는,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높은 사납금에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좋아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카카오 카풀이 모두 해결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혁신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의 충격만 무조건 몰아내려는 시도는 절대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카카오 등 ICT 업체도 큰 정책의 줄기는 준수합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있습니다. 택시업계의 주장 중 “카카오는 ICT 대기업이며, 카풀을 허용해주면 카카오만 배를 불릴 것”이라는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곳이며 시기의 문제일 뿐 수수료가 캐시카우입니다.

이 대목에서 완벽한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거듭나면 수요와 공급자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전체 산업구조에서 직업 안정성 등을 고려했을 때 온디맨드 플랫폼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은 절대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플랫폼이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고 모든 권력을 장악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 간극을 잘 살펴야 합니다. 카풀이 과연 혁신 기술인가? 기술은 혁신이 아니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잘 키워야 진짜 현신이 될 수 있습니다. 힘있는 거마꾼은 미래사회에 그닥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모빌리티 전략도 보여줘야 합니다. 방금 설명했지만 카풀 하나로 모빌리티 전략을 채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때 세계를 강타했던 포켓몬고 게임은 증강현실과 위치기반기술, 지식재산권의 삼위일체가 맞아 떨어지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인기는 빠르게 식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플랫폼이 장기간 작동할 원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이라는 혁명적인 기술과 위치기반서비스라는 신선한 인프라, 포켓몬스터라는 훌륭한 콘텐츠로 인기를 누릴 수 있었으나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처음이야 사람들은 신선하고 재미있으니 몇 번 게임을 했을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내가 왜 이 게임을 하려고, 혹은 포켓몬을 잡으려고 거리를 누비고 있지’라는 생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플랫폼을 더 훌륭하고 강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탄탄하게 전개할 수 있는 철학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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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는 한 때 글로벌 게임업계를 평정했다. 출처=나이언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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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모빌리티나 쏘카, VCNC 등 모든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입니다. ‘택시는 불편하고 잘 잡히지도 않는다’는 프레임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나 VCNC 타다 등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으나, 기사가 친절하고 편안하게 운행할 수 있다는 강점만으로 일관한다면 포켓몬고처럼 오래갈 수 없습니다. 경쟁자의 진입장벽도 낮기 때문에 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뭔가 다른 청사진이 나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빌리티 전반에서 각 플레이어들은 ‘내가 세상을 바꾼다’는 오만함을 빨리 떨쳐내고 제대로 된 연계 플레이로 모빌리티의 상상력도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카풀? 11인승 승합차 렌탈? 그 이상의 모빌리티 강점을 보여주는 것도 ICT 업체들의 숙제입니다. 이 숙제의 해결에 대한 최소한의 단서가 나와야 “한 번 믿어보고 추진해보자”라는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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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NC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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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줄기는 확실하다...진보

발전이나 진보라는 단어는 화려하고 멋지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는 항상 앞으로만 나아간 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하며 역사의 반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찬란한 미래를 두고 오랫동안 암흑시대에 갇혀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선택을 하라면 당연히 발전과 진보를 택해야 하며, 초연결 시대의 21세기는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속도의 시대가 됐습니다.

특히 모빌리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와 인공지능, 자율주행기술, 나아가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격적인 결단과, 세심한 신의 한 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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