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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아이들이 소설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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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옥] 얼마 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단순히 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무고한 20대 알바생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 그 분노의 표출 방법과 동기가 납득하기 어려워 더 낙담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사건 말이다.

이후 사람들은 가해자를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감형하지 말라며 그런 무책임한 판결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청원에 참여했고 그 수는 118만 명을 넘어섰다.

그 이후 또 강서구에서 이혼한 전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고 뒤이어 예비 신부를 살해하는 사건과 이별 후 전 여자 친구 가족을 모두 살해하는 사건까지…. 지난달은 몹시 시끄러웠다. 환한 대낮에도 나다니는 게 좀 불편해졌고 특히 해가 저물고 인적이 드문 길을 지날 때면 등골이 서늘해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심각하게 무섭고 삭막한 세상에서 살아야 할까.

"아버지 예전에도 이랬나요?"

같이 뉴스를 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시아버지께 물었다. 물어서 무엇 할까. 예전을 그리워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담배 피우는 어린 학생을 봐도, 싸움하는 사람들을 봐도 못 본 척 그냥 지나가야 하는 게 현실인 것을. 왜일까. 왜 자꾸만 이런 일이 많아지는 것일까.

◇ 공감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의 세계

아파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고, 눈물 흘리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건 인지상정이고 본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도 동요하지 않고 심지어 누군가를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사회에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공감능력은 본능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공감 능력 향상을 위해서 우리 부모는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심리학자인 캐나다 요크대학교 레이먼드 마 교수는 그 답은 소설에 있다고 했다. 그는 소설을 읽으면 사회적 능력, 즉 타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추론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들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이 현실 세계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이나 삶 속에 들어가 본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것은 타인을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으로 그런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공감 능력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공감 능력만이라도 갖추었다면 구둣발에 침을 뱉고 핥아보라거나 심심풀이로 '내가 보는 앞에서 동물을 죽여보라'거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땅콩 따위로 이륙 직전의 비행기를 되돌리는 일, 끼어들기를 했다고 3단봉을 꺼내 위협하는 일, 이중 주차했다고 손에 잡히는 대로 누군가를 매질하는 일, 주차 경고 스티커를 부착했다고 아파트 주차장 입구를 아예 막아버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소설 속을 유영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타인의 눈물을 엿보고 사랑의 감정에 덩달아 두근거리고 나도 모르게 피식거리는 그 맛을 알아갔으면 한다. 아이들이 드나드는 곳이 칼부림이 나고 피 튀기고 누구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닌 사이버의 세계가 아니길 바란다. 아이들이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니다.

베이비뉴스

어느 쪽으로 발길을 돌릴 것인가 ⓒ김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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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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