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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이슈토론]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재판부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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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판사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특별재판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상 근거가 없어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권 독립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공식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반대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외부인사 재판부 구성 개입, 사법부 독립 침해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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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다. 최근 사법농단 의혹이 기존 사법비리들보다 큰 충격을 안긴 것도 공정한 재판이 깨졌다는 인상을 강하게 줬기 때문이며,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사법부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도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법개혁 목표는 항상 국민을 위한 공정한 재판이 될 수밖에 없고,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이를 위한 전제로서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법농단 의혹의 해법으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사법부를 바로 세운다는 목표와 충돌한다.

특별재판부 도입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별재판부 도입을 제안하고 있는 박주민 의원 법안을 볼 때, 재판부 구성 방식이나 재판부 운영 방식과 관련해 위헌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추천위원회 위원 구성을 법원판사회의 3명, 대한변호사협회 3명, 시민단체 등 3명으로 함으로써 외부 인사가 재판부 구성에 개입하도록 한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2배수로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대법원장이 위원 선정에 관한 전권을 갖도록 한 것도-대법원장 역시 이 사건과 무관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제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하고 있는 것도 이 사건에 대해 대부분 국민이 상당한 선입견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옳지 않다.

첫째, 사법의 독립성은 사법의 본질에 속하며, 국민 신뢰가 있을 때 비로소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를 통해서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재판의 독립이 부정되고, 재판의 공정성을 스스로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어떻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둘째, 사법의 독립은 대통령이나 국회 등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한다. 사법의 총체적 비리가 문제가 돼 모든 법관을 교체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국민 신뢰를 이유로 개별 사건에서 재판의 독립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여론재판을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행법상 인정되고 있는 제척·기피·회피제도를 이용해 사건과 관련 있는 판사들을 배제하는 가운데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굳이 별도 추천위원회를 통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목표는 사법부 바로 세우기를 통한 공정한 재판 확보다.

■ 찬성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당맡을 판사 중 상당수 사건 관련돼 공정성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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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판부 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에 의하면 서울중앙지법에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배당 가능성이 높은 부패전담부 재판장 7명 중 5명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나 조사를 받았고, 서울고법에서는 이 사건이 배당될 14개 형사합의부 판사 42명 중 40%인 17명이 재판 공정성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특별재판부 법안은 전대미문의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그런데 이 법안에 대해 일부에서 위헌이라는 주장이 들린다. 하나하나 따져 보자.

첫째, 재판부 구성 권한은 사법부의 권한인데 이에 입법부가 간여하려 하므로 삼권분립 원리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재판부 구성권은 당연히 사법부에 주어져야 하지만, 지금은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판사들 중 상당수가 이 사건이나 사건 당사자들과 직간접적인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관련성이 없는 객관적 입장의 현직 법관들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더욱이 법원 내에 설치하고 현직 법관으로 구성되며 특별재판부 재판관 임명권도 대법원장이 가지므로 법원의 인사권을 침해하지도 않는다.

둘째,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그 법관을 재판에서 제외시키는 기피제도나 이 경우 법관이 스스로 그 사건 재판에서 물러나는 회피제도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특별재판부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전국 법원에 지난 5년 동안 제기된 802건의 기피신청 중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판사가 교체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피나 회피제도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셋째, 이 법안이 1심을 의무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도록 한 것을 두고 인민재판을 하려는 것이냐는 비난도 들린다.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 헌법 제1조에 의해 국민이 사법부에 위임한 사법권을 법원행정처의 고위 법관들이 남용한 사건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1심에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 판단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은, 사법권을 위임한 주권자 국민의 의사를 재판에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국민참여재판법에 의하면 판사가 배심원단의 사실 판단을 존중은 하지만 이에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판사에 의한 재판이 된다.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것이다.

특별재판부법은 합헌이다. 공정한 재판부 구성을 통해 판결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다. 제대로 되면 추락한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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