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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춘양목 솔향기 따라 바다를 가로질러서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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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 걷기여행길’ 6곳

서늘하지만 춥지 않고 한참 움직여도 땀이 나지 않는 늦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11월 걷기여행길 6곳을 추천했다.

각 코스의 자세한 정보는 걷기와 자전거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루누비’(durunubi.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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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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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코스 문화생태 탐방로 - 경북 봉화 외씨버선길

‘외씨버선길’은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출발해 강원 영월군 관풍헌까지 가는 총 길이 240㎞, 13개 코스의 문화생태 탐방로다. 그중 9코스 ‘춘양목 솔향기길’은 문수산(1207m) 자락의 산골 마을을 두루 거치며 국립백두대간수목원까지 이어진다. 층층이 자리 잡은 논밭과 과수원을 따라 걷다 보면 옛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다. 길이 지나는 봉화군 춘양면은 국내 최고 품질로 꼽히는 소나무 ‘춘양목’ 산지이기도 하다.

길 초입에서 만나는 ‘억지춘양시장’의 이름 유래가 재미있다. 영암선(영동선의 옛 이름) 철도가 춘양을 거치지 않고 지나게 설계되자 지역이 낙후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억지를 써서 지금처럼 춘양역에 기차가 정차하도록 한 데서 ‘억지춘양’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도를 보면 실제로 영동선 노선이 춘양역 정차를 위해 굽이 튼 모습이 보인다. 만산고택과 ‘의양리 권진사댁’은 조선 후기 양반가의 주택 구조를 잘 보여주는데 민박 손님도 받는다. 코스 끝부분의 문수산 숲길은 멋들어진 춘양목 군락을 끼고 1㎞ 남짓 이어진다. 평균 수령 60년의 나무는 대부분 밑동 지름이 50㎝, 키는 20m가 넘는다. 1500그루가 넘는 춘양목이 내뿜는 솔내음의 매력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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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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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혼 서린 금강 일대 - 충남 부여 백마강길

부여는 백제의 도읍이던 사비성이 있던 자리다. 백제의 혼이 서린 백마강길은 부여군 근교의 금강 일대를 아우른다. 강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에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어느 곳으로 방향을 잡아도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백제보가 자리한 금강문화관에서 여정을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문화관에선 금강의 생태와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고, 바로 옆 백제보 전망대에선 강 유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수변공원을 따라 계속 걸으면 백마강교가 나온다. 군데군데 놓인 이정표와 백마강 관련 비석은 길잡이 노릇을 한다. 부소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4㎞ 정도로 1시간이면 충분히 닿는다.

부소산으로 접어들면 산길은 꼭대기 사자루(泗疵樓)까지 이어진다.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과 강 건너 백제문화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이 좋으면 부여 명물 황포돛배가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삼천궁녀가 투신했다는 낙화암(落花巖)과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는 고란사(皐蘭寺)도 지척에 있다. 백제보에서 시작해 사자루와 낙화암을 들러 부소산성 정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부소산성 입구의 구드래 조각공원 근처엔 유명한 부여 맛집이 몰려있어 트레킹 후 허기를 채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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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호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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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도는 편안한 산책로 - 강원 횡성 호수길

횡성호를 따라 도는 총 6개 구간 중 4.5㎞의 회귀형 코스인 호수길 5코스는 늦가을의 풍경을 즐기기 알맞은 곳이다.

너른 호수와 물 위에 비친 산 그림자는 이미 많은 도보여행자와 자전거족의 입소문을 탔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도록 잘 가꿔진 산책로 덕분에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를 앞세운 가족부터 데이트 나선 연인들, 3대가 함께한 대가족까지 다양한 방문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횡성호는 부동리·중금리·화전리·구방리·포동리 등 5개 마을이 수몰되며 만들어졌다. 수몰민의 역사를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해 조성한 ‘망향의 동산’이 길의 시작점이다. ‘망향의 동산’엔 망향탑과 함께 누각인 화성정, 3층 석탑, 전시관 등이 볼거리로 남아 있다. 호숫가를 따라 길 중간에는 폐목으로 만든 조형물과 정자가 여럿 놓여 있다. 동물과 사람 모양을 한 조형물은 눈요깃거리면서 기념사진 촬영 포인트 역할도 한다. 코스 중간엔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창한 산림욕장도 있어 잠시 옆길로 새는 즐거움을 누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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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반도 해안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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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핀 해국 벗 삼아 - 경북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총 4개 코스로 동해 바다를 벗 삼아 걷는 길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른 바다와 우렁찬 파도소리가 길이 끝날 때까지 동행한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갯바위 절벽에 핀 해국은 홀로 걷는 길의 정취를 더한다. 호미곶은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봤을 때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길은 호미곶의 해안선 25㎞를 돌며 계속된다.

1코스 임곡리는 연오랑과 세오녀가 바위를 타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되었다는 전설의 마을이다. 마을 언덕의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망이 아름답다. 2코스 입암리를 지나 시작되는 나무데크길은 선바우에서 먹바우까지 이어지는데 해안둘레길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 자체도 운치있지만 걸으며 연신 마주치는 기암괴석들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3코스 중간에 만나는 구룡소는 아홉마리 용이 승천하며 아홉개의 굴이 생겼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4코스 독수리바위는 일몰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에게 유명한 출사지다. 해안둘레길 각 코스 거리는 5~6㎞ 내외로 여유있게 걸어도 2시간 안에 모두 마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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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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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각 올라 충무공 순국 기려 - 경남 남해 바래길

바래길 13코스 ‘이순신 호국길’은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최초로 육지에 오른 곳에서 시작한다. 사적 232호로 지정된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 유허(이락사)와 장군의 가묘가 있는 남해 충렬사를 잇는 길은 호국의 의미도 있지만 길 자체가 아름답다. 충무공의 순국 지점을 바라보는 누각이 서 있는 첨망대(瞻望臺)는 오르는 길의 500m 솔밭길이 인상적이다.

가을 곡식이 익어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제2 남해대교인 ‘노량대교’가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학익진 전술과 거북선의 형태가 교각에 반영됐다. 한가로운 어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월곡항을 지나 감암마을을 거치면 걷기 편한 포장도로가 계속된다. 길은 충무공의 상징과도 같은 거북선 모형을 거쳐 충렬사로 이어진다. 남해의 백성들이 장군이 처음 묻혔던 자리에 한 칸의 초가 사당과 가묘를 지어 그의 충절을 기렸다는 장소에서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총 7.2㎞ 거리를 걷는 데 약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난이도는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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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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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서울 전경 한눈에 - 경기 고양 평화누리길

올해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며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튼 기념비적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북부의 접경지역을 아우르는 ‘평화누리길’은 이런 화합의 시대를 느끼며 걷기 좋은 길이다. 경기도 김포와 고양, 파주와 연천 등 4개 시·군을 따라 총 12개 코스가 있는데, 그중 고양시에 있는 4코스 행주나루길(11㎞)과 5코스 킨텍스길(8㎞)은 도심과 자연을 오가며 주요 볼거리를 훑어볼 수 있다.

행주나루길은 권율 장군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던 행주산성에서 시작된다. 산성 입구부터 덕양산까지 조성된 산책로는 경사도 완만해 누구나 걷기 쉽다. 덕양산은 해발고도가 120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뻥 뚫려 있어 한강과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킨텍스길은 일산 호수공원부터 출발한다. 시작점인 호수공원 내 선인장 전시관은 대형 선인장과 희귀 아프리카 식물 등 750종 6500본의 선인장을 보유해 구경할 만하다. 두 코스를 걷는 데 5시간 정도 걸린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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