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카터 치료한 면역항암제 개발 땐 수조원 매출 … LG, 대기업 첫 도전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바이오벤처와 공동개발 나서

올 시장규모 20조, 2022년 91조

항암제 전환기 … 틈새 공략 기회

뇌종양을 앓던 지미 카터(94) 전 미국 대통령을 일으켜 세운 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였다. 면역항암제는 T세포라 불리는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뇌 속 암세포를 공격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면역항암제 작동 원리를 발견한 미국과 일본 학자에게 돌아가면서 카터 전 대통령의 사연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면역항암제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LG화학은 미국 바이오 벤처 큐 바이오파마(CUE Biopharma)와 손잡고 면역항암제 3개를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2014년 문을 연 큐 바이오파마는 면역항암제 개발과 관련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상업화 단계에 따라 최대 4억 달러(4500억원)를 큐 바이오파마에 지급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큐 바이오파마의 항암 물질을 기반으로 자궁경부암에 대한 임상 시험을 내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항암제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케미칼은 국내 1호 신약으로 1999년 표적항암제 ‘선플라’를 선보였다. 하지만 2009년 생산을 중단했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해외 제약사들이 선점한 시장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이번엔 다를까. 묵현상 범부처 신약개발단장은 “3세대 항암제라 불리는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항암제 시장에도 틈새가 생기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제약사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묵 단장의 설명대로 세계 항암제 시장은 면역항암제로 전환하는 중이다.

매출이 증명한다. 올해 노벨상을 받은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와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지난해 매출은 49억4800만 달러(5조6100억원)을 기록했다. 1717년 문을 연 오노약품공업은 옵디보 매출 신장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2014년 선보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38억900만 달러(4조3200억원)가 팔렸다.

시장조사 업체 GBI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올해 20조원에서 2022년 무렵에는 9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면역항암제는 2세대 표적항암제의 단점인 장기 투여에 따른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항암제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시장에 출시된 면역항암제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국내 제약사도 개발에 적극적이다.

JW중외제약 계열사 JW크레아젠이 대표적이다. JW크레아젠은 몸속 면역세포 중 하나인 수지상세포를 활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함화용JW크레아젠 연구팀장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제약 자회사 바이젠셀도 혈액암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해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전체 항암제 임상시험(251건) 중 면역항암제 임상은 89건으로 전체 항암제 임상 중 35.5%로 조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