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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숙명여고 "쌍둥이 퇴학·교무부장 파면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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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문제 유출의혹’이 있었던 숙명여고가 "전 교무부장 현모(51)씨를 파면하는 한편 쌍둥이 자매에 대한 퇴학절차를 밟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숙명여고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와 선도위원회 의결을 통해 쌍둥이 자녀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과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교육감·교육청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 확정하겠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지난 8월 31일 숙명여고 정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교무부장 현씨의 시험지 유출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지며, 교문에 항의 표시의 흰 리본을 달고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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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는 지난 1일 학교에 전학 신청서와 자퇴서를 제출했으나, 아직 자퇴 처리는 되지 않았다. 쌍둥이가 자퇴하면 직전 학기(2학년 1학기)까지 성적을 그대로 가지고 다른 학교에 편입할 수 있고, 징계 기록도 남지 않는다. 쌍둥이의 직전학기 성적은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는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학년 1학기까지 모두 5차례 정기고사 문제를 자녀인 쌍둥이 자매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쌍둥이 자매의 첫 내신 성적인 1학년 1학기에는 각각 전교 59등·전교 121등이다. 그런데 시험유출 정황이 발견된 1학년 2학기에는 각각 전교 2등·전교 5등으로 급격히 향상됐다. 2학년 1학기에는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 현씨는 조사과정에서 "시험유출은 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숙명여고는 전 교무부장 현씨에 대해선 파면 조치를 해달라고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파면은 학교 측이 교사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숙명여고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학교 신뢰에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본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학사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12일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압수품. 숙명여고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일본어 시험(위)과 화학시험(아래) 정답만이 메모지에 적혀 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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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현씨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5차례 정기고사에서 정답을 유출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시험 유출 증거가 무더기로 나왔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18과목) 정답을 메모해 둔 ‘암기장’을 발견했다. 쌍둥이가 시험을 치른 시험지에는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을 아주 작게 적어둔 흔적이 발견됐다.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답만 암기해 온 뒤, 까먹지 않기 위해 시험지에 몰래 써 둔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 물리 과목에서는 계산이 필요한 문제 옆에 정답만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산하면서 문제를 푼 흔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서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나왔다. 시험문제는 괄호 속에 영어단어를 넣는 것이었는데, 이 문제의 답(단어)만 그대로 적혀있었다. 이 메모가 적힌 시점은 시험 사흘 전인 것으로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결과 드러났다. 현씨 부녀의 집에서는 미적분 과목 새 시험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시험지도 미리 유출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한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전 교무부장 현씨와 쌍둥이 자매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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