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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남자의 재테크] 단기 투자에도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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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오인석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스포츠서울] 영국 속담에 ‘포도주와 친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깊어진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투자 측면에서도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일까?

약 15년 전 우리나라에 적립식 열풍이 불었던 시기에는 투자를 하려면 장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2007년까지 대세 상승 시기였기 때문에 단기로 짧게 투자하는 것보다 길게 투자할수록 더욱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세계 여러 주식이 반 토막이 나면서 장기투자만이 능사라는 고정관념이 무참히 깨졌다. 물론 이후에 미국과 중국 등이 대규모 통화 및 재정 확장정책을 강력히 펼치면서 미국을 포함한 몇몇 주식시장이 되살아났지만, 현재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약 7년 전인 2011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제는 장기투자만 외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장기투자만 고집하지 않고 단기로 짧게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단기투자를 하면서 변동성이 더욱더 큰 지렛대(Leverage) 상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단기 목적으로 투자 후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불편한 심정이면서도 시장이 곧 돌아서겠지 하는 희망을 품으며 선뜻 처분을 못 하고 계속 보유한다. 그 뒤 시장이 계속 하락해 계좌가 마이너스 20~30%가 되면 무서워지기도 하고 금액이 아주 큰 경우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이미 손절매를 하기에는 늦었다고 여기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시장이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면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그 결과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단기투자는 비자발적 장기투자로 바뀐다.

이러한 이유로 단기로 투자할 때에는 손절매가 필수다. 하지만 인간은 손실 회피 본능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손절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투자하기 전에 손절매 라인을 미리 정해놓고 실제 그 손실률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정리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손절매를 실행한다는 것은 단기 투자에서 시장 방향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행위다. 사실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단기 방향을 맞출 확률과 맞추지 못할 확률이 각각 반반이라고 봐야 합리적이다. 따라서 단기 투자 시에는 예측이 언제든 빗나갈 수 있다고 여기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손실률을 사전에 정해놓은 다음 실제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면 실패를 인정하고 미련 없이 정리하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단기로 투자할 때마다 예측이 어긋나 계속 손실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가장 좋지 않은 방안 중 하나는, 손실 후 재투자할 때마다 투자금액을 두 배씩 늘리는 방법이다. 즉 처음에 1억을 투자해 손해를 보면 다음에는 2억을 투자하고, 또 손실을 나면 4억을 투자하는 식이다. 이를 마팅게일(Martingale) 전략이라 한다. 사실 이는 자금이 무한정 있는 도박사가 도박장에서나 쓰는 방법이지 일반적으로 활용할만한 투자 방법은 아니다.

단기로 투자할 때마다 연이어 손실이 생기면 투자를 잠시 중단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쉬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피고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

주변을 살펴보면 단기로 투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엄청난 수익을 올려 부자가 된 사람은 드물다. 단기 투자에도 간단한 원칙이 있지만 이를 철저히 준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리라.
오인석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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