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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극우 #미투] 남성· 여성 분노, 세계정치 판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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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트럼프·미투로 뭉친 여성의 용기

美 민주, 하원 탈환의 원동력

하원 진출 여성도 첫 100명 돌파

분노를 결집시킨 중하층 백인남성

상원 의석 늘리며 주도권 강화

동독출신 약자들 극우정당 표몰이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미국 사회의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를 여실히 드러냈다. 양 극단에는 반(反)트럼프와 ‘미투(#MeToo) 운동’으로 뭉친 여성과 분노를 극우 성향의 정치적 요구로 결집시킨 ‘저학력 백인 남성’이 있었다. 올해 전세계 정치ㆍ사회의 큰 흐름을 형성했던 ‘극우 돌풍’과 ‘미투 운동’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만난 형국이었다.

여성 유권자의 결집은 민주당의 하원 ‘탈환’을 이끌어 냈고, 농촌과 중년층 백인 남성의 지지로 공화당은 상원에서 의석을 늘리며 주도권 강화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가 끝나자 언론들은 “여성들이 미국 선거판을 뒤집었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2016년 대선 때는 미약했던 여성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반트럼프 진영의 핵으로 부상했다. 여성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그저 두고만 보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이 선거 당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성 응답자의 55%가 올해 하원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변해 4년 전인 2014년 중간선거 여론조사 당시의 49% 보다 높았다. 유권자들 뿐이 아니다. 망가진 정부를 바로잡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여성 후보들의 약진도 전례없이 두드러졌다. 당선이 확정된 하원은 여성의원이 101명에 달해 사상 처음 100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87%(88명)로 압도적이었다. 여성이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소수계 후보들이 진출하면서 하원의 다양성도 커지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적은 여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저학력 백인 남성들은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적 지지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인 남성에 의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증오ㆍ배타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식 극우 포퓰리즘과 인종주의가 폭력 범죄로 연계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지난달 24일 수퍼마켓에서 일어난 흑인 2명 살해 사건, 27일 미국 동부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모두 백인 남성에 의해 일어났다. 26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유력 정치인을 겨냥한 연쇄 폭발물 소포 배달사건의 용의자인 56세 백인 남성이 체포됐다.

이와 관련해 CNN은 백인 남성들이 흑인과 여성, 소수인종에게 자신들의 분노를 투영하고 있다는 심리학자의 분석을 소개했다. 사회와 산업의 변화를 겪으며 한켠으로 밀려난 중하류층 백인남성들이 분노와 억압을 이들을 상대로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 기간 다양한 공화당 지지자들을 인터뷰한 NYT도 ‘화나고 억울한 남성’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지지자들에게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이들을 자극하며 민주당과 언론, 이민자들을 공격했다.

미국 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분노로 가득찬 중년 남성들이 정치 변화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NYT에 따르면 동독 출신 남성들이 극우 정당 급성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6%를 득표, 사상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신문은 “독일 통일과 함께 이들은 직업, 사회적 지위 심지어 아내까지 잃게 됐다면서 ‘사회주의 노동자 계급의 영웅’에서 ‘자본주의 실패자’로 몰락한 데 따른 분노를 극우적 목소리로 표출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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