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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종로 고시원 참사…반복되는 인재 "스프링클러·피난계단·피난유도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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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이동우 기자] [전문가 "초기 진압, 확산 방지, 피난로 확보 등 모두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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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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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결국 또 인재였다. 보여주기식 안전진단, 땜질식 처방으로 비롯된 규제 사각지대 안에서 7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설치는 물론이고 피난계단, 방화문 등 피난·소방 시설을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시설과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3층짜리 고시원에서 발생해 오전 6시 40분쯤 진화됐다.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 발생 당일 열린 1차 화재감식 결과 고시원 3층에 사는 거주민이 켜놓은 전열기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소·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은 10일 정확한 발화 원인과 지점을 찾기 위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물 감정을 의뢰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일단 발생하면 초기 진압, 확산 방지, 피난로 확보 등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고시원 화재 참사는 3가지가 모두 미흡했다"고 말했다.

◇"지상으로 연결된 계단 최소 2곳은 필요"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고시원 건물 3층 출입구 인근에 있는 방안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계단 바로 앞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참사를 키웠다. 3층에는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건물에 최소 지상으로 연결된 '계단'을 2곳 이상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축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건축물에서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 2개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이 규정은 각층의 바닥면적이 200㎡(제곱미터) 이상인 곳에만 적용된다. 종로구 고시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연면적이 614㎡다. 층별 바닥면적은 200㎡가 안된다. 고시원이 추가 직통 계단을 만들지 않고 완강기만 설치한 이유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면적에 상관없이 외부로 통하는 계단을 무조건 2개로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며 "완강기는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물 뒤쪽이나 옆면으로 계단을 만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계단에 방화문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건축법 시행령 35조에 따르면 지상 5층 이상 지하 2층 건물만 '피난계단' 시설을 갖추면 된다. 피난계단은 방화문이 각층별로 설치된 계단으로 불이 났을 때 연기나 불이 계단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설치된 계단이다.

이 교수는 "4층 이하 건물도 연기가 계단을 통해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각 층에 방화문 등 방화시설을 갖춰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4층 이하의 건물의 계단도 피난계단 구조로 만들어야 연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난 유도선이나 산소마스크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피난유도선이나 산소마스크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화재 발생 초기 사람들의 피난을 유도할 수 있다"며 "당장 비용을 들이는 게 힘들다면 노후 건물에 활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강화하고 재난의식 키워야"

종로구 고시원 화재를 악화시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스프링클러의 부재였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2009년 7월부터 고시원 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은 1983년 지어진 것으로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노후 고시원의 화재 예방을 위해 연간 5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해왔지만 화재가 난 고시원은 해당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건물 이용자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건물주가 거절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가 법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원책도 병행해야 한다"며 "전혀 지원도 안 해주고 설치만 강요하는 것은 제2, 제3의 참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 대응 교육도 필요하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화재 최초 목격자는 전열기에 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 옷으로 불을 끄려 했으나 진화하지 못하고 대피했다.

서울 일선 소방서 한 재난안전과장은 "처음에 옷으로 불을 끄는 게 아니라 소화기를 사용하고 전기를 차단하는 게 필요했다"며 "일본에서는 화재 발생 시 요령에 대해 교육을 철저히 하는 데 우리나라도 결국 교육을 통해 당황하지 않고 화재에 대응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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