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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김수현, 소득주도·부동산·탈원전 사실상 주도… 전면에 나선 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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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톱 교체]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文캠프 핵심정책 입안… 靑 "金은 설계자, 경제총괄은 홍남기"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에 김수현(56) 청와대 사회수석을 임명하자, 여권에서는 "숨은 실세(實勢)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을 때부터 호흡을 맞췄고, 2012년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입안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탈원전,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등 논란이 됐던 정책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 발탁에 대해 "국정 과제 설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고, 산적한 민생 과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포용 국가'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과거 안철수 대선 캠프 출신이었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달리 '원조 친문(親文)'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야권은 그가 관여했던 탈원전,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등이 모두 정책적 실패로 귀결됐고, 전형적 '코드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일방통행의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김 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조세 저항과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김 수석은 '부동산 정책 사령탑'으로 불리며 두 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책임론이 계속 제기됐었다. 김 실장이 보유한 경기 과천시 주공6단지 재건축 아파트(전용면적 82㎡)는 작년 5월 9억9000만원에서 현재 14억3500만원으로 44.9% 뛰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탈원전 정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구상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원전 중단이 부각되면서 원전 경쟁력 상실과 한전의 적자 급증 등 부작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교육 정책도 대입 정책의 혼란을 가져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의 경질로 이어졌다. 청와대가 최근 탈원전과 부동산을 김 수석에서 윤종원 경제수석으로 이관하며 한때 "정부의 정책 변화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김 실장의 영향력 강화로 결론 났다.

여권 일부에서도 "왕수석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왕실장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의 핵심 정책들의 '방향'에 동의하는 여권 인사들조차 부동산 등의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져야 할 인사에게 더 큰 권한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국내외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김 실장이 이를 헤쳐나갈 국제적 안목과 역량을 가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김 실장이 정책실장으로 거론되자 "경제를 모르는 분은 정책실장을 맡기가 곤란하다"고 했었다.

경제 비전문가라는 지적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공상으로는 그런 지적이 가능하겠지만 김 실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 국가를 설계했다"며 "경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총괄하고 김 실장은 포용 국가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가 '경제 사령탑'이고 김 실장은 '조정자'라는 논리로 비판에 대응했다.

김 실장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용히 일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용한 일 처리'라는 면에선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과 비슷하다.

그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도시공학 석사, 환경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대에는 판자촌 철거 반대 운동, 30대에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도시 빈민을 연구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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