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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 이야기] `라곰`과 과유불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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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스웨덴 라곰의 생활 철학은 우리의 전통적 가치인 중용, 즉 과유불급과 같습니다. 불리한 자연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건강한 방법으로 조리하며 소박하게 밥상을 차려내는 식문화 또한 양국의 닮은 점입니다. 이 행사가 식문화뿐 아니라 양국이 서로 이해하며 배울 점을 찾아가는 폭넓은 교류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하는 선재 스님(한식진흥원 이사장)의 회색빛 도포 자락이 '지나침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는 내용과 묘하게 닮아 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인 11월 7일, 청계천 한식문화관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음식문화 교류전 '물고기로 읽는 두 나라의 식문화'가 개최됐다. 두 나라의 발효 저장 음식 등 식문화 및 생활 전반에 걸친 문화를 서로 배우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사실 북유럽 노르딕 5개국 중 하나로 노르웨이와 함께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자리한 스웨덴은 우리에게 먼 나라이다. 1980~1990년대 팝계를 평정했던 아바, 디자인 좋고 가격 저렴한 이케아, 힘 좋은 자동차 볼보와 사브가 스웨덴 것이라는 상식 외에 그들의 음식 및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나로서는 이 행사의 디자인과 진행을 맡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완도 출신의 한국 여성과 결혼한 마틴 말름포쉬 사브 부사장에게 스웨덴만의 특별한 삶의 태도 및 음식 철학에 대해 묻게 되었다. "스웨덴과 스웨덴 사람에 대해 한마디로 압축해 말한다면 '라곰(LAGOM)'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딱 적당한'이라는 뜻의 이 라곰은 바이킹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획득한 고기를 나누고 뿔에 담긴 맥주를 전사 모두가 한 모금씩이라도 맛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팀원 전체가 공평하게 맛을 볼 수 있도록 서로가 양을 조절하여 나누는 것을 누구 하나가 배불리 먹는 것보다 더 명예스러운 것으로 여겼던 바이킹 식탁의 철학이 우리 스웨덴인의 삶과 음식에 담기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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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을 소유함을 경계하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라곰'이라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좋은 스웨덴인'의 카테고리에는 상대적인 단어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너무 부유하지도, 너무 가난하지도 않게,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게, 딱 적당히 사는 것이 좋다는 그의 말 속에 어떠한 대상이 드러나지 않게 압축되어 있는데 그 대상은 바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과 균형과 평형을 이루며 살려고 노력하는 삶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자 가족 경영세습임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후계자 검증을 거쳐 서로 견제하는 2인 경영 시스템을 갖고, 기업 이득의 85%를 국가에 법인세로 내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의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라는 가훈에도 드러나 있다. 또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타이틀이 주어진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이 행사에서 쿠킹 클래스와 스웨덴 음식을 맡기 위해 방한한 스웨덴 셰프 다비드 밀(David Mill)은 자국 음식을 선보이고 맛보게 하는 것을 넘어 한식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의 한식에 대한 관심은 놀라울 정도였다. 코펜하겐에 한식당을 차릴 정도로 한식을 사랑한다는 그는 스웨덴식 소고기 스튜에 김치를 넣어 만들며 신맛과 매운맛을 가진 김치 맛이 이 스튜의 풍미를 기가 막히게 올려 준다며 이것이 바로 라곰의 맛이라고 했다. 반찬으로 나오는 멸치볶음과 명이나물을 섞어 만든 주먹밥을 노릇하게 구워 이 스튜와 같이 내니 모두 서서 먹는 스탠딩 파티임에도 밥과 국물을 곁들이는 한국인의 밥상이 표현된다.

이질적인 두 나라의 맛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찾아가는 이 과정 속에 '라곰'과 '과유불급'이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는 적당함을 아는 지혜가 숨어 있으며, 너무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은 맛을 찾아가는 여정이 삶의 여정과도 닮아 있음을 느낀다.

[한윤주 콩두 푸드&컬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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