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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터진 고시원 화재… 후진국형 참사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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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피해자는 대부분 40∼60대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였다. 2017년 12월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지난 1월 밀양시 요양병원 화재(46명 사망)와 종로구 여관 방화(6명 사망)에 이어 대형 화재가 터지면서 문재인정부가 내건 ‘안전한 대한민국’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후진국형 참사의 전형이다. 소방당국과 종로구청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고시원은 고시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정부의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때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1983년 지어져 건축 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정부는 당시 안전에 취약한 쪽방촌과 고시원 등 8300여곳을 점검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구멍이 뚫린 셈이다. 지난 5월 소방점검 때 특별한 지적사항이 없었다고 하니 ‘겉핥기식 점검’이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도 피해를 키웠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은 150㎡ 이상이거나 창문이 없는 층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으나 사고가 난 고시원은 이런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고시원, 여관의 경우 업주들이 비용 문제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꺼린다는 문제 제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서울시가 2012년부터 221개의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해줬지만 1080개는 아직도 미설치 상태다.

현재 전국적으로 고시원 1만2000여곳에서 15만여명이 거주한다고 한다. 지난해 고시원에서 일어난 화재는 72건에 달한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불이 나고 있는 것이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상당수 극빈층이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고시원, 여관 등 다중이용업소 건축물에 대한 소방점검과 감시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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