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범죄로 취득한 비트코인 몰수할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83] 비트코인(가상화폐)에 대한 인도 청구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비트코인(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이에 따라 중대 범죄로 취득한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대법원이 답을 낸 적이 있다. 대법원 2018도3619 사건에서다.

이 판결이 선고될 무렵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대해 실체가 전혀 없는 허구라는 시각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던 시기였다. 이 대법원 판결이 주목받았던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몰수가 가능하냐의 문제가 결국 비트코인이 유형물에 해당하는 것인지 유형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재산적 가치는 인정되는 것인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거의 첫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형법상 몰수는 유형물에 대해서만 가능한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소정의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재산까지 몰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음란물이나 마약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비트코인을 범죄꾼의 수중에서 몰수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유형물에 해당하거나 최소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에 해당해야 하고, 법원으로서는 이 문제를 풀어야 범죄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를 선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랬다.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으로 특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압수된 전자지갑 내에 있던 비트코인을 중대 범죄(정통망법상 음란, 사행성 정보 유통)로 취득하였고 재산상 가치가 인정되므로, 범죄수익으로 몰수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을 얻기 위해 대법원이 판단하고 결정했던 것 가운데 "비트코인(가상화폐)은 유형물이 아니라 무형의 재산적 이익, 가치이다" "비트코인은 허구가 아니라 재산적 가치가 인정된다"는 부분이 주목을 끈다.

이러한 판단으로부터 가상화폐와 관련한 쟁점들에 대한 답을 조심스럽게나마 낼 수 있기에 그렇다. 가령 '비트코인을 대가를 받고 판매하더라도 그 자체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에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상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재산권은 헌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형법의 재산 범죄에 의해서도 보호받아야 한다(비트코인을 편취·갈취·강취당했다면 그 행위자를 처벌해야 하고 피해자는 범죄피해자로서 보호해야 한다). 함부로 국가가 가져가서는 안 되고 영장과 몰수 판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상화폐도 수익에 해당하므로 이에 맞춰 회계처리도 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라는 것들이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비트코인)에 대한 인도 청구 및 대상 청구를 일부 인용한 하급심 판결까지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이 2018년 10월 23일에 선고한 2017가단11429에서다.

A가 B에게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보내 주면 B가 이를 사용한 뒤 A에게 같은 수량의 비트코인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했는데, B가 A에게서 받은 비트코인 중 일부만을 반환하고 나머지는 돌려주지 않았다. A가 돌려받지 못한 나머지 비트코인을 자신에게 인도하고, 강제집행이 불가능할 것에 대비해 시가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급을 구한 사건이다. 법원은 A의 청구를 받아들여 B에게 원고인 A에게 원고에게 미반환 비트코인을 인도하고, 그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면 변론종결일 당시 비트코인의 국내 시가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비트코인에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상 법적 보호가 필요하고 민사적 구제 대상이 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법리가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비트코인을 현물로 되돌려주지 못할 것에 대비해 만일 이런 경우 돈으로 돌려주라고 명한 부분과 관련해 그 시가로 환산하는 기준 시기를 비트코인을 빌려줬던 시기, 비트코인을 돌려받기로 했던 시가, 약정 시기에 돌려받지 못해 돌려 달라고 최고했던 시기가 아니라 1심 판결의 변론을 끝낸 시점을 기준으로 잡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빌려주며 그 반환의 방법을 정하면서 이 부분도 미리 명확히 정해 둘 필요가 있겠다.

[마석우 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