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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한국경제에 쏟아진 경고] "투자도 소비도 고용도 '잿빛'...소득성장 매달릴 상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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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하반기 경제전망'서 쓴소리

설비투자 -1.8%·건설투자 -3.6%...성장률 1%P 깎아먹어

소비·수출증가도 둔화 "기업 뛰게 할 혁신성장 환경 조성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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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이지만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심리가 차갑게 식어버리고 믿었던 수출마저 경고등이 켜지자 결국 정부에 쓴소리를 던진 것이다. KDI는 “소득주도 성장의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기를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업 투자를 유도할 혁신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내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의 실질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태평한 언급을 한 것과 달리 절박함이 녹아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연초부터 6개월 연속 하락한 설비투자는 지난 9월 7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그나마 SK하이닉스의 청주 반도체 공장 조기 준공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투자를 제외하면 설비투자는 -8.9%에 그친다.

KDI는 이처럼 부진한 흐름을 반영해 5월 3.5%로 예상했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이번에는 1.8% 감소로 수정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꽁꽁 얼어버린 건설투자는 -1.5%에서 -3.6%로 대폭 수정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이외 산업에서의 투자계획이 올 상반기 조사했던 것에 비해 상당 부분 지연되거나 취소됐다”면서 “전반적인 투자 감소세가 예상보다 2~3분기를 지나며 빠르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KDI는 설비와 건설투자가 각각 0.5%포인트씩 경제성장률을 까먹어 투자에서만 1%포인트의 성장률 삭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하향 조정되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소비도 올해 2.8%에서 내년 2.4%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 덕에 버티던 수출도 올해 4.2%에서 3.7%로 증가율이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무엇보다 급격한 설비투자 감소가 우리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강한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 전망을 밝지 않게 보기 때문인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제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실장은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점차 확대되는 점은 정말 심각하다”면서 “혁신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빨리 제거하고 그런 효과들이 제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으로 기업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산업 경쟁력 회복이 지연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불평등 완화와 고용 확대를 위한 정책 성과가 정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소득주도 성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서비스 부문 규제 개혁 등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혁신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투자가 겉돌면서 지난해 30만명 수준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도 올해 7만명, 내년에도 약 10만명에 그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KDI 예측대로라면 올 4·4분기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는 ‘제로’이거나 아예 마이너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현 수준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부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KDI는 “민간소비 증가세가 약화 조짐을 보이고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긴축 전환 필요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이 자칫 소비심리 위축을 부추겨 경기침체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는 미국과의 금리 차로 인한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외환건전성과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했을 때 지금 정도의 금리 격차가 심각한 자금 유출을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복지지출 등 정부의 확정적 재정 기조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KDI는 “향후 경기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되 중장기 재정수요를 검토해 재정지출 속도를 적절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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