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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한국경제, 겨울이 오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폐업주도정책!"… 숨통 조여드는 영세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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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中企·자영업자의 몰락
매출 줄고 폐업 늘고
月평균매출 4% ↓ 182만원..제2금융 대출은 137兆 달해
내년이 더 암울
최저임금 10%이상 인상 예고..주52시간 도입 엎친 데 덮쳐


#."솔직히 최저임금 몇백원 더 오른다고 우리가 당장 부도가 나는 건 아니다. 아직은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고 있다. 하지만 시간문제다. 우리 협력공장만 봐도 최저임금 근로자들을 쓴다. 그대로 공장을 돌리면 손해를 본다. 당연히 사람을 줄인다. 그럼 우리 제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비용을 줄일 것이다. 당장 공장은 돌아가겠지만 그게 다행스러워할 일인가." 40년 넘는 업력을 이어오고 있는 한 중소 생활가전업체 대표의 푸념이다. 이 업체는 20명가량의 직원을 고용한 중소기업이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위해 두 공장과 거래하고 있다. 공장 근로자들은 각각 5~6명 된다. 모두 최저임금 근로자들이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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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내우외환에 처했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든 반면 나가는 비용은 더 많아졌다. 버팀목이 돼야 할 나라 경제도 상황이 좋지 않다.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2% 중반대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어떻게든 돈을 구해보려고 나서지만 은행권 대출의 문턱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내년에는 상황이 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또다시 10% 이상 오르고 올해 중소기업들에 유예됐던 주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옳은 방향이라도 부작용을 줄이려면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가 고부가가치산업을 장려하되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빚으로 버티는 영세자영업자

올 상반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줄었고 이 영향으로 폐업률은 높아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매출 5000만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182만5000원. 지난해 상반기보다 4.1% 줄었다. 이런 영세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또 올 상반기 카드가맹점은 22%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치로 자영업자 폐업률과 연관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현대차의 어닝쇼크에는 트럭 판매 감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 위축으로 사업장을 정리한 소상공인이 늘면서 트럭 판매 저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인들 입장에선 비용주도폐업이란 말과 같다"고 할 정도다.

상황은 어려워지지만 기업의 숨통은 트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을 옥죄고 있어서다. 돈이 돌지 않는 건 당장 유동성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에겐 치명적이다. 경기침체로 기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내년 기업대출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중소기업이 비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137조4280억원이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최대 규모다. 특히 최근 1년 동안에는 매달 조 단위로 증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비은행에 손을 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의 비은행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전체 비은행 대출 가운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한다. 10건 중 9건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상이란 얘기다. 영업을 위해 빚더미를 감수해야 하는 실상이다.

■"정부, 산업구조조정·자영업자 지원 병행해야 "

내년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기업인들이 '최저임금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하는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다.

자영업자들의 소비심리가 이를 반영한다. 현재 상황보다는 생활형편과 가계수입 등 미래의 가계 재정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자영업자의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8로 전월(95)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6년여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는 봉급생활자의 생활형편전망 CSI(93)와 비교해 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생활형편전망 CSI는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생활형편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다. 100 미만이면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부터 1년 이상 100을 넘어섰던 자영업자의 생활형편전망 CSI는 지난 6월 90대로 내려온 뒤 이달엔 80대로 주저앉았다.

오랜 기간 이어온 경제구조를 바꾸는 데는 무엇보다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민간연구원 관계자는 "방향이 맞다고 해서 경제상황과 업종·규모·지역별 사정 등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용하면 현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그동안의 저임금·장시간의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면서도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부작용이 있다. 저임금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소득을 직접 보완하는 방식도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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