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자금을 모아서 마련한 집이 알고보니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었습니다. 살인사건의 주범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집을 팔아버린 것입니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만 믿고 집을 산 사람은 고스란히 집을 빼앗기게 됐습니다.
서준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입니다.
음식점을 하는 50대 이모 씨가 이 아파트를 구입한 것은 지난 2016년 5월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이 씨 집으로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매도인 송모 씨의 남편 조카가 자신이 상속 받았어야 할 아파트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모 씨 : 잘 살고 있는 사람한테…그것도 부동산 통해서 정상적으로 등기부 등본 떼어 보고 구입을 했잖아요.]
이 씨에게 아파트를 넘긴 송 씨는 지난 2016년 내연남과 짜고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했습니다.
이른바 '니코틴 살인 사건'의 주범입니다.
[이모 씨 : 우리가 계약했을 때 만났던 여자가 살인자라는 걸 그때 안 거죠. 소름 끼쳤죠.]
송 씨는 남편이 죽은 뒤 해당 아파트를 상속받았고, 1달도 안돼 이 씨에게 팔았습니다.
송 씨는 나중에 살인 행각이 밝혀져 무기징역을 받았고, 이후 남편의 상속자인 조카 오모 씨가 이 씨에게 소송을 건 것입니다.
통상 부동산 매매자들은 등기부 등본을 보고 거래하지만 정작 법정에서는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등기부등본에 이 씨의 이름이 올라와 있어도 그 자체의 법적 효력은 없습니다.
[위승용/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 진정한 소유자가 나타나면 등기부는 언제든 말소가 될 수 있거든요.]
이 씨가 돈을 돌려받으려면 수감 중인 송씨를 상대로 소송해야 합니다.
[이모 씨 : 어느 누구가 믿고 집을 살까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등기부 등본 떼어 보고 사는 거밖에 없잖아요.]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부동산 거래를 위해 국가 주도의 보험 제도를 신설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영상디자인 : 최석헌)
서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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