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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말레이 전 부총리 "인니 강진참사는 신이 동성애자에 내린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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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18년 10월 19일 국가사업 수주를 빌미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아흐맛 자힛 하미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총재가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부총리를 역임한 야권 최고지도자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강진참사를 두고 동성애자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고 말해 비난을 사고 있다.

24일 말레이 메일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야권연합 국민전선(BN)의 아흐맛 자힛 하미디(65) 의장은 전날 하원에서 말레이시아의 동성애자 증가를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자힛 의장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지역에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LGBT) 등 성 소수자 1천여 명이 살고 있었다면서 "그 결과 지역 전체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알라가 내린 벌"이라면서 "우리는 말레이시아와 LGBT에 반대하는 이들이 알라의 벌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8일 오후 6시께 중앙 술라웨시 주 동갈라 지역에서는 규모 7.5의 지진이 일어났고, 20분 뒤 진앙에서 80㎞ 떨어진 팔루 해안에 약 6m 높이의 쓰나미가 들이닥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는 2천256명이고, 1천309명이 실종됐다. 중상자도 4천612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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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1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발라로아 지역의 강진피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발견한 시신을 안전지대로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하지만 지하수가 올라와 지표면이 물러지는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거의 통째 땅에 삼켜진 마을이 다수여서 실제 사망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재난 당국은 지반 액상화가 일어난 팔루 시내 2개 마을에서 최소 5천 명이 행방불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자힛 의장의 발언에 대해 격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BN 집권기 부정부패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자힛 의장이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고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동성애자 인권 활동가 팡 키 텍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레이) 정치인들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LGBT가 비난을 당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5월 총선 패배 전까지 부총리와 내무부 장관을 겸임했던 자힛 의장은 국가사업 수주를 빌미로 뇌물을 받는 등 4천200만 링깃(약 11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18일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제공]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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