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량 공유, 택시업계와 갈등
글로벌 추세인데 출발부터 제동
미·핀란드 등 기존 업계 인센티브
“한국도 정부가 중재력 발휘해야”
산업 성장 막는 ‘붉은 깃발’ 규제 ⑤
카카오의 카풀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18일 오전 서울역 앞에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에는 7만여 명의 택시 기사들이 모여 집회를 벌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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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수 국가가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외딴 섬’에 머물고 있다. 자가용 자동차로 돈을 받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정보기술(IT)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처럼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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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비자 대부분은 카풀 서비스를 반기고 있다.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출퇴근과 심야시간대 대중교통 부족에서 오는 승차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직장인 5685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 90%는 카풀 서비스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박지현(30)씨는 “택시 탑승 거부 현상이 심하고 불친절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경우가 더러 있다”며 “해외 출장 때 이용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출퇴근 시간 유상 운송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에 따라 제한적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범위, 하루 운행 횟수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정부의 중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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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승차 공유 업체에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우버를 합법화한 영국 런던이 보험 가입, 24시 콜센터 운영, 영어시험 의무화 등 우버 기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한 게 그 예다.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카풀을 ‘교통 연결 서비스’라는 산업으로 분류하면서 사업자와 소비자 기준이 명확해졌다”며 “정부가 산업 형태를 정의하고 미비한 법을 개정하는 역할에 나서야 갈등을 줄이고 관련 사업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해외에선 한국의 사납금 문제처럼 착취적인 상황에 놓였던 택시 기사들이 카풀 서비스로 옮겨간 사례도 있다”며 “카풀에 신고제·허가제를 도입하거나 택시 기사에게 카풀 운영의 우선권을 주는 대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가 퍼지고 있는 마당에 한국만 계속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IT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많다.
내년 초 상장을 추진하는 우버의 기업 가치는 1200억 달러(136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3대 완성차인 제너럴모터스·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후발 주자인 중국의 ‘디디추싱’은 차량 임대·정비까지 담당하는 자동차 서비스 회사로, 동남아시아의 ‘그랩’은 물류·인증까지 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편리함을 경험해 본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비자 욕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카풀 업계는 출근과 퇴근시간에 택시가 소화하지 못하는 고객 수요 일부를 가져갈 뿐 택시 업계의 수익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불만이 큰 택시 서비스를 공유 경제가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택시 업계의 IT 역량을 강화해 주고, 택시 업계 스스로도 서비스 개선 노력과 경쟁력 제고를 고민해 볼 때”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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