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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말레이시아에서도 '그랩 대 택시' 갈등,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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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택시기사협회가 마주 앉았다. 양측의 대화는 곧 파행으로 치달았다. 자리에 참석한 200명의 기사 중 최소 10명이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떴고, 마하티르 총리도 “당신이 내가 총리가 되길 원치 않는다면 오늘에라도 그만둘 수 있다” “나는 돕고 싶지만, 당신들이 나를 돕지 않는다면 그럴 수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고 현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보도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앱) ‘그랩’이 있다.

경향신문

2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택시기사와의 대화에 참여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 출처 말레이 국영통신 버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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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도 ‘택시 갈등’이 한창이다. 한국에서는 카카오의 카풀 산업 진출에 대한 택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가 차량공유 앱과 기존 택시 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크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랩을 비롯한 차량공유 서비스가 이미 일반화돼있다.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재무부가 말레이시아 도시철도(MRT)의 교통 품질 개선을 위해 그랩과의 민관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다. 현재 MRT 역 사이를 오가는 주요 교통수단은 지선 버스(feeder bus)인데, 이를 요금이 저렴하고 집앞까지 호출도 가능한 그랩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분노한 택시 기사 100여명이 곧바로 재무부 청사 앞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택시회사 ‘빅블루 택시’의 고문이자 택시기사협회 대변인인 샴수바린 이스마일은 재무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한 후 “정부가 그랩만 허용한다면 밤낮으로 각 지하철역에 줄을 서있는 택시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제안일 뿐이다”며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들은 그랩에도 일반 택시와 동일한 수준의 보험금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기사들은 아예 차량공유 서비스의 중단을 요구한다. 마하티르 총리는 21일 면담에서 “이 문제를 내각에 건의했지만 안타깝게도 진전이 없었다”며 “나 역시 이 문제에 관심이 있지만 그랩이 폐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는 없다. 다만 택시와 동등하게는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차량공유 앱으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터기를 사용하는 기존 택시와 달리 이동 거리에 따라 탑승 전에 요금이 결정된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그랩은 2016년 택시 산업 개혁을 원했던 말레이시아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지난해 8월 의회를 통과한 교통법 개정안에 입각해 정부의 각종 규제도 받고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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