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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00일된 딸 있는데…” 삼다수 제병기와 함께 인생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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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주삼다수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

유족, 불분명한 회사 태도 분노

“사쪽, 경찰 조사 전후 말 달라

원인규명 없이는 장례 못 치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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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동생의 장모님이 와 계셨어요. 퇴근하면 맛있는 거 먹자고 했다는데…”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경택(39)씨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20일 오후 6시40분께 제주시 조천읍 제주삼다수공장 제병 6호기에서 작업을 하던 김씨의 동생 김아무개(37)씨는 갑자기 작동을 멈춘 기계를 고치려다 몸이 끼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제병기는 삼다수 병을 제작하는 기계설비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1시간 20분여 만에 숨졌다. 지난해 5월 결혼한 김씨는 지난 17일 딸의 100일 잔치를 치른 터라 안타까움이 더 했다. 아내는 큰 충격을 받고 지인과의 연락마저 끊고 있다고 했다.

사고 당일 오후 7시20분께 사고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삼다수 제조업체이자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의 태도에 격앙돼 있었다. 형 경택씨는 “병원에서 사장과 상임이사, 제병팀장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조작하지 않으면 기계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동료들이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아무도 기계를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 회사 쪽 관계자들의 말이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유족들은 “동료들의 처벌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사고 원인을 알고 싶을 뿐이다. 애초 부검을 원하지 않았는데, 원인을 확인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부검은 22일 오후 진행됐다. 유족들은 “원인 규명이 없이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숨진 김씨는 삼다수 페트병을 만드는 제병팀 소속으로 2009년 입사해 10년간 생산직 노동자로 일했다. 회사는 4조3교대 근무에서 올해 초 공장을 증설하면서 인력이 부족해 3조2교대로 근무조건을 바꿨다. 회사 쪽은 “인원을 선발 중이어서 조만간 과거처럼 4조3교대로 전환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가 있던 제병기는 모두 6기로 21명이 근무하는데, 조장 등 7명이 한 조를 이뤄 작업에 투입된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난 20일 사고 직후 삼다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하루 생산량은 3500여톤(t)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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