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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집배원, 일반인보다 연 87일 더 일해…10년간 166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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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정본부 노사·전문가 구성

‘집배원노동조건 개선 추진단’

노동실태조사 뒤 수요인력 산출

“2020년까지 2천명 증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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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배원의 과로사·과로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온 가운데 집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일반 노동자보다 연 87일 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추진단)은 장시간노동 해소를 위해 2020년까지 집배원을 2천명 증원할 것을 권고했다.

추진단은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배원들의 노동시간·건강상태·직무스트레스 등 노동조건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인원 증원 등 7개 정책분야 38개 핵심 추진과제를 우정사업본부에 권고했다. 추진단은 지난해 일손 부족으로 일요일에 출근했던 집배노동자가 숨지고, 집배노동자가 우체국 앞에서 분신자살하는 등 집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실태가 알려지며 지난해 8월 발족했다. 집배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두 곳과 사쪽 2명, 노사관계·산업안전 등 전문가 6명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집배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2745시간으로, 2016년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2052시간)보다 693시간 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63시간)보다 982시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천시간 이상 일하는 집배노동자는 전체의 8.4%였다. 출근~퇴근까지 일평균 11시간 6분을 체류했으며, 휴게시간은 34.9분에 그쳤다. 집배노동자들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27~28%로 전체 정부부처의 50.5%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런 장시간 노동은 건강상태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10년 동안 집배노동자 166명이 숨졌는데, 사망원인은 암·뇌심혈관계질환·교통사고·자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자살한 집배노동자는 6명으로, 사고사(6명)·질병사(7명)와 엇비슷했다. 산업재해율은 전체공무원(0.49%)은 물론, 소방관(1.08%)보다도 높은 1.62%로 나타났다.

과로가 큰 영향을 미치는 동맥색전증·혈전증은 집배노동자들이 교육공무원에 비해 2.95배, 고혈압성 심장병도 2.36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매연·먼지 노출 등에 따라 만성 폐쇄성 질환 역시 2.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관련 스트레스는 소방공무원·임상간호사·공군조종사보다도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적정 집배인력 수요를 측정한 결과, 주 52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2017년에 견줘 2853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올해 소포위탁집배원 등 1101명을 증원한 것을 감안해, 내년에 1천명, 내후년엔 재정여건을 고려해 추가로 1천명을 정규직으로 증원할 것을 우본에 권고했다. 지난 9월말 기준 집배인력은 2만254명으로, 10% 남짓 증원하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좋은 일자리’ 확대를 기조로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것이 비판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노광표 추진단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통상우편은 감소하고 있지만 1인가구의 급증에 따른 택배물량은 지속 증가하고 있고, 매년 정년퇴직자도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2천명을 증원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1년 넘게 이뤄진 추진단의 논의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집배노동자 사망사고로 인해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었으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추진단은 평가했다. 인력 증원 이외에도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 추진 △노조·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집배 부하량 시스템 개선 등도 추진단의 정책권고에 포함됐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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