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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비리유치원 도둑질 그만" 동탄 학부모 분노의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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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도둑질 그만" 동탄서 학부모 집회
일부 학부모 ‘급식 비리’ 의혹도 제기
‘환희 유치원 사태’가 기폭제

"비리유치원 강력처벌!" "도둑질은 이제 그만!"

21일 오후 4시 경기 화성시 반송동 동탄센트럴파크에 쩌렁쩌렁 구호 소리가 울렸다. 비리 사립(私立)유치원을 규탄하기 위해 학부모 500여명이 운집한 것이다. 이들은 ‘앞에서는 교육기관 뒤에서는 자영업자’ ‘원장님은 포도 한 박스, 아이들 간식은 포도 한 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엄마·아빠와 함께 나온 어린이들이 집회도구인 초록색 풍선을 쥐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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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동탄 지역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 참석해 비리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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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지역 학부모들은 비리 유치원 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 15일 ‘동탄사립유치원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응하고 있다. 비대위는 일부 비리유치원이 누리과정 지원금 외에도 급식비에도 손을 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학부모들은 부실한 급식판 팻말을 부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발언대에 선 장성훈(36) 비대위원장은 "아이가 썩은 감자를 먹고 집에 왔다고 한다"며 "이 집회를 시작으로 (유치원)원장의 욕심을 채우려는 모습이 달라지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 우리가 지킬 수 있도록 같이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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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부실 급식판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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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에듀파인(국공립 유치원이 사용하는 국가회계시스템) 사립유치원에 도입 △사립유치원 입학에 ‘처음학교로’ 시스템 도입 △동탄에 단설유치원 조속한 신설 △국·공립 유치원 확충 △유치원 적극 감시·비상식적인 행위 적발 시 강력한 처벌 등을 교육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 주최 측이 진행한 ‘사립유치원 개선방안 요청’ 서명에는 900여명이 참여했다.

딸이 동탄에서 사립 유치원에 다닌다는 이관열(35)씨는 "유치원 교사가 원생들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이긴 아이에게만 간식을 줬다"면서 "딸이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울면서 집에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동탄의 엄마, 아빠들은 비리유치원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통감한다"며 "더 이상은 비리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12월 경기 동탄에 소재한 환희유치원 원장 김모(55)씨는 정부에서 받은 누리과정 지원금 7원억으로 성인용품, 루이비통 가방을 사들였다. 이 돈으로 노래방에서 놀고, 숙박업소를 이용하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비도 냈다.

교육청 감사로 비리가 드러나면서 원장은 지난해 7월 파면 조치를 받았지만, 그 이후 원장 자리를 공석(空席)으로 두고 자신은 총괄부장으로 지내면서 사실상 유치원을 운영해 왔다. 교육부가 원장의 비리를 따로 알리지 않아, 학부모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 교육당국은 김 원장의 ‘편법 운영’은 인지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지난 11일 교육부 국정감사 이후에야 "그 유치원이 내 아이가 다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환희 유치원을 ‘기폭제’로 이후 사립(私立)유치원 비리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정부가 비리 유치원 명단을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립 유치원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면서 강력 반발했다. 지난 17일 한유총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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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부모와 자녀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가 열렸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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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서 발언기회를 얻은 일부 학부모들은 울먹였다. 한 학부모는 "쌍둥이 혼자 키우다 허리디스크를 얻어서, 유치원에 보내면 좀 나을 줄 알았다"면서 "비리 유치원 보도를 접하고 허탈했다"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교육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협의를 열어 에듀파인의 사립유치원 적용 등 ‘사립유치원 비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정부의 비리 유치원 대책은 오는 25일 발표될 예정이다.

[화성=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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