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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초고령사회 일본 고인 모시는 ‘시신호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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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시신 안치사업(이하 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은 일본은 연간 130만명 이상이 숨을 거두는 ‘다(多)사망 사회’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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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시에 있는 호텔 내부 모습. 관은 냉동장치가 연결돼 시신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사진=요미우리신문 캡처


◆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시신호텔‘…"가는 것도 순서 기다려야"

최근 일본 도쿄도, 오사카시, 가나가와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고인을 모시는 호텔이 들어섰다.

시신호텔(이하 호텔) 등장은 노인 인구와 이들의 사망은 매해 증가하는 반면, 화장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결과에서 비롯됐다.

화장 대기기간은 지역과 계절 간 차이가 있지만 길게는 2주 정도 기다려야 하는 등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기기간은 겨울철이 가장 길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사망자 수는 130만 7748명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미래 베이비 붐 세대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되는 2025년에는 150만명을 돌파하고 2040년에는 약 166만 6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과거부터 문제로 지적된 묫자리 부족은 화장문화 확산과 비싼 비용 등의 이유로 다소 사그라들었다.

일본에서는 고인을 화장한 후 집에 작은 제단을 마련해 유골함을 모신다.

◆ 호텔 누가 이용하나?

시신호텔은 대도시에 사는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지방 도시의 경우 장례문화를 이어오거나 화장장 사정이 도시보다 나은 이유에서다. 또 장례식을 준비하지 않고 간소한 장례를 지내려는 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요코하마시 호텔을 운영하는 관리자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장례식을 치르지 않는 젊은 층에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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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24시간 면회가 가능하다. 내부에는 면회실이 있어서 조문객 들을 맞이할 수 있다. 사진=요미우리신문 캡처


요코하마시의 호텔은 사무실 밀집지에서 지상 9층 규모로 문을 열었다.

호텔이 한적한 곳이 아닌 도심 속에 문을 연 이유는 바쁜 직장인들의 생활 양식에 맞춘 전략적인 행동이다.

총 27구의 시신을 모실 수 있는 이 호텔은 24시간 상시면회가 가능하고 상주가 조문객을 맞이할 공간을 마련했다. 또 면회실을 준비하여 퇴근길 부모님에게 인사하고 귀가하는 등 편의를 고려했다.

호텔 관리자는 "고령사회이기에 수요는 앞으로 더 증가하는 등 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 요금은 1일 1만 2000엔(약 12만원)~2만 2000엔(약 22만 1100원) 정도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호텔 확산…"화장장 노후화·통폐합, 아파트 거주도 원인"

호텔이 확산하는 다른 이유로는 화장장 감소와 거주유형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사회기반시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일본 전국의 화장장은 총 4181개소로 집계됐다. 이는 1996년 8481개소의 절반 수준으로, 노후화로 인한 통폐합에 감소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호텔 수요도 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영결식 등을 진행하거나 주택의 경우 화장 전까지 집에서 고인을 모실 수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관을 엘리베이터로 옮기기 어렵고, 저층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이용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이밖에도 집에서 조문객을 응대하기 어렵고, 이를 부담으로 생각하는 이유 등이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 호텔증가 후 관련 사업도 호황

호텔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기업도 덩달아 바빠졌다.

개호 택시와 노인 가사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는 지바현의 한 복지센터는 시신 이송사업을 시작했다. 센터는 병원이나 노인 시설에서 숨을 거둔 이들은 호텔 등으로 운송한다.

도쿄도의 냉동공조 기업은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영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시신 전용 냉장 장치를 개발했다. 기업이 개발한 장치는 장기간 손상 없이 시신을 보관할 수 있어서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다.

일본 화장터 운영 사단법인 ‘화장련’ 대표는 "인구가 집중하는 도시에서 화장시설 이용 증가로 대기시간이 심각할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며 "화장장 건설은 토지 확보와 주민 이해 등으로 증설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시신 안치 비즈니스의 수요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고 했다.

일부는 도심에 영안실이 들어선다며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내지만 호텔은 부족한 시설 문제를 해결하데 일조하고 있다.

호텔은 저출산·고령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가까운 미래 한국 서울에 시신 호텔이 들어설지도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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