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일부 맘카페의 마녀사냥 논란…"확대 재생산에 속수무책"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단 글 올라오면 '입소문'…가입 안돼 대응도 어려워"

"규율·규칙 마련하되 특정 계층 혐오로 흐르지 않아야"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유경선 기자 = 경기 김포의 한 어린이집에 재직 중이던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소위 '맘카페'라 불리는 지역 기반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법적인 규제를 가하는 데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용자들의 자성과 함께 타인의 명예와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게시글은 자체 규율로 자정(自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맘카페'에 글 올렸다" 항의에 압박…대응 못해 속수무책

"슬프고 참담해요. 이 일 오래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치원 교사 A씨는 '김포 어린이집 사건'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렸다'며 자신을 찾아온 학부모 탓에 한동안 고초를 겪었던 A씨에게는 이 사건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의 일은 원아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난 뒤, 문제를 일으킨 원아가 유치원을 옮기기로 했던 게 발단이었다. 퇴원한 원아의 학부모는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알고 있다"며 A씨에게 항의했다.

고소·고발 사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재직하는 유치원에 관한 글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되었다는 사실이 A씨에게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A씨는 "혹시나 유치원을 특정할 만한 내용이 글 속에 있지는 않았을지, 나 때문에 원아모집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사보다는 학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걱정도 컸다"고 토로했다.

커뮤니티에 일단 글이 올라오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손놓고 속수무책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A씨는 "'아이가 아픈데 선생님이 전화를 안 주셨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는 '살짝 경고하라'는 댓글이 달린다"며 "지역 카페에서 소문이 잘못 나면 그것이 곧 '입소문'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지역 카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자유롭게 찾아볼 수 없으니 늘 찜찜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역 카페의 '갑질' 사례는 이미 수차례 보도돼 여론의 공분을 샀다. 지난 7월 경기 광주에서는 한 지역 커뮤니티에 "태권도학원 차량이 난폭운전을 했다"는 고발글이 게시됐다. 해당 학원의 관장은 블랙박스 영상을 직접 공개하기 전까지 수많은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뉴스1

최근 문제가 된 '김포 맘카페' (카페 화면 갈무리)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 카페 폐쇄적…자체 규율 마련해 풍문 가려내야"

이처럼 '맘카페'로 대표되는 지역 기반 커뮤니티의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자성과 자체 규율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온라인 공동체는 시민사회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유로운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훼손하는 의견은 자체 규율이나 규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게시글을 삭제할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소수의 극단적인 의견은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어디서든 나올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 공동체의 운영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인터넷 카페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모인 폐쇄적인 집단"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상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동의를 여러 차례 받게 되면 사실로 둔갑하는 현상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직접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조심해야 한다"며 "특정인에 대한 비방을 할 때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위축·특정계층 혐오로 흐르지 않아야"

일련의 사건이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로 흐르거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계기가 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든 개인의 권리와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풍문이 올라오지만 맘카페가 과대대표되는 측면이 있다"며 "육아는 보편적인 경험이 아니라 공감을 받지 못하는 데다가 여성혐오의 기류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파헤친 행동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이 일로 다양한 온라인 공동체가 위축되거나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aysa@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