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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오세훈 “보수통합, 태극기 부대까지 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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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입당설 전 서울시장 인터뷰

“정부 독주는 야당 가볍게 여긴 탓

야당 파워, 단일화된 보수 절실해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고민 중”

자유한국당 입당설이 나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거론되는 보수통합론에 대해 “최악의 경제 상황에도 문재인 정부가 방향수정을 거부하는 건 야당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라며 “결국 현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 즉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재야의 보수가 모두 모여야 하며 그 계기는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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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시장은 18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태극기 부대’에 대해서도 “보수 단일대오를 구축하는 데 ‘태극기 부대’도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며 “태극기 부대도 내부적으로 스펙트럼이 넓다. 처음엔 ‘박근혜 탄핵 반대’를 내세웠지만, 최근엔 현 정부의 지나친 북한 경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폭력 시위를 하지도 않는데 무조건 낙인찍고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반민주적 행태”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쇄신과 관련해선 “야당이 된 이상 전투력이 절대적이며, 그 기반엔 보수적 가치로 무장돼야 한다는 전원책 변호사의 지적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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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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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당에선 ‘보수통합론’과 관련해 황교안ㆍ오세훈ㆍ유승민의 이름이 거론된다.

A : 비판력과 투쟁력은 합쳐진 힘에서 나온다. 야당이 분산돼 있으면 정권의 독주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실업률, 빈부격차 등 정부통계조차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치임에도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수정을 거부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야당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힘 있는 야당, 단일화된 보수 대오가 절실하다. 여기엔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재야의 보수인사가 모두 모여야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며,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를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Q : 본인은 출마하나.

A : 고민 중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김용태 사무총장과 회동했고, 동참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지도체제개편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직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단지도체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데, 그러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엄청난 갈등의 소지를 내포할 수 있다. 효율성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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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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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보수통합엔 ‘태극기 부대’도 포함되나.

A :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 태극기 부대가 처음엔 ‘박근혜 탄핵 반대’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최근엔 현 정부의 지나친 북한 경도를 우려하고 바람직한 외교·안보정책을 제시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마디로 ‘태극기 부대’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넓다는 얘기다. 그들을 ‘극우’로만 통칭하는 건 반대 측 입장에서의 일방적 규정이다. 게다가 폭력 시위를 일삼은 것도 아니지 않나. 부정적 이미지만으로 낙인찍고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반민주적 행태다.




Q : ‘태극기 부대’까지 합류하면서 과연 보수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나.

A : 혁신은 배척이 아니다. 보수의 품을 넓히되, 큰 틀에서 중도 쪽으로 옮겨가는 게 진정한 보수 혁신이다. 그리고 보수·진보의 이분법보다 더 근원적인 고민이 있다. 과연 어떤 나라가 잘 살고 행복 하느냐다. 번영을 이룩한 나라의 공통점은 기술과 기업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그걸 통해 기업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려면 자유와 경쟁이라는 핵심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 결국 자유 없는 번영이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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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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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런데 자유 지상주의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진 거 아닌가.

A : 그 지점에서 보수 혁신이 필요한 거다. 자유와 경쟁만 중시하다 보니 동일한 출발선에 서지 못하는 이가 생겨나고 이탈자가 양산됐다.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하지 않고선 사회 통합은 요원하다. 뒤처진 이들을 보듬고, 경쟁대열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따뜻한 보수요, 보수 혁신의 요체다. 계층 사다리의 복원이야말로 향후 보수정당이 내걸 핵심가치가 돼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은 바로 계층사다리를 걷어찬 대표 사례다.




Q : 현재 한국당의 인적 쇄신은 어떤가.

A : 김병준 위원장은 보수의 가치를 언급해왔다. 자유ㆍ경쟁의 토대인 시장을 믿으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친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를 말한 거다. 반면 전원책 변호사는 실무입장에서 인적 쇄신의 기준을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는 투쟁력이다. 여당일 때면 정책통이 중요하지만, 야당이라면 허허벌판에서 생존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 전투력이란 게 어디서 나오나. 바로 보수 가치가 마음에 가로 새겨져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 변호사가 전투력과 보수주의라는 두 요소를 전면에 두고 인적 쇄신한다는 데 난 동의한다.




Q :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은.

A : 처음에 이 정책 명을 듣고는 철저히 계산된 선거구호라고 생각했다. 설마 정권 중반까지 밀고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실 좌파는 톡 쏘는 ‘사이다’ 같다. 이타성이라는 당위론으로 세계를 구성한다. 그래서 상처 입은 이들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이 그런가. 철저히 이기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좌파는 경제에서 무능할 수밖에 없다. 향후에도 일률적이고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을 고집한다면 그 후유증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통계청장을 경질할 것이 아니라 경제수장을 교체해야 한다.




Q : 예전 얘기를 해보자. 6ㆍ13 지방선거에 왜 나오지 않았나. 당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A : 서울시장으로서 5년간 재임하지 않았나. 스스로 사퇴한 자리에 다시 출마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을 위해 희생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2011년 주민투표 당시 시장직을 걸겠다며 눈물로 호소하던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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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7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소회는.

A : 서울시장직을 걸었던 것은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의 앞에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관문이 포퓰리즘 극복이라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 같다고 주민투표 자체를 가로막는, ‘나쁜 투표’ 운동을 벌이는 게 과연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들의 행태일까. 그때 투표율이 도달해 개표해서 일정한 복지의 기준이 설정됐다면, 지금 난무하는 포퓰리즘의 경계선도 마련됐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현금 살포형 복지 정책은 지속 불가능하며, 무분별한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는 10년 뒤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최민우ㆍ안효성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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