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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文대통령이 제재 완화 카드 던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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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정세토크] 최선희-비건 실무협상 진행되지 않는 이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북한을 방문했지만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 간 실무협상은 여전히 날짜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북한을 굴복시킨 뒤에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앞으로 두어 달 내에 북미 정상회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그냥 단순한 전망이 아니다"라며 "백악관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선조치로 무엇인가를 내놓을 것인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인민들의 실제 삶을 나아지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 회담으로 제재를 일부라도 풀어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대통령의 지지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결국 더 급한 쪽은 북한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조금만 더 버티면 북한이 스스로 무릎을 꿇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물론 북한에서도 미국의 입장을 기다려보자고 생각했을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비건-최선희 실무협상을 시작하면 미국은 이 협상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말했던 핵 탄두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대의 일부 국외 반출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요구할 것이고, 그러면서도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면 회담에 나가서 뭐하냐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 전 장관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급해졌다. 유럽 순방 중 문 대통령은, 비핵화라는 전제가 따라붙긴 했지만, 북한에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북한 비핵화의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며 문 대통령이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가속시켜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관계가 한발 앞서가면서 북미 관계를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사람이 걸음을 걷더라도 어느 한 발이 앞서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대로 남북관계를 비핵화 촉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16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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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미 실무협상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북미 사이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세현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이하 실무진들이 소위 말해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존에 북한 문제를 다뤘던 미국의 관료들과 함께 일을 추진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선(先) 행동론'으로 기울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종전선언을 쉽게 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죠. 종전선언이 미군의 철수, 유엔사령부의 해체 등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말입니다.

북한은 종전선언으로 시작해서 제재가 일부 해제된다면 이를 미국의 상응 조치라고 생각하고 영변 핵 시설 폐기 정도의 다른 비핵화 조치들도 계속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제재는 고사하고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는 것이죠.

물론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하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사실 김영철 부장은 기본적으로 통일전선부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정찰총국장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마 김정은에게 미국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데 우리가 멋모르고 나가서 당하면 곤란하다고 이야기할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릇된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발을 묶었"다고 이야기한 것은 괜한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즉 북미 양쪽의 지도자는 모두 과거와 다른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실무 관료들은 관행대로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앞으로 두어 달 내에 (in the next couple of months) 북미 정상회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그냥 단순한 전망이 아닙니다. 백악관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선조치로 무엇을 내놓을 것인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미국보다는 북한 입장이 좀 더 급할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인민들의 실제 삶을 나아지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 회담으로 제재를 일부라도 풀어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이게 대통령이나 정부의 지지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더 급한 쪽은 북한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조금만 더 버티면 북한이 스스로 무릎을 꿇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이 이제 와서 되돌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미국 정부도 알고 있을 테고요.

물론 북한에서도 미국의 입장을 보고 일단 기다려보자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5일에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핵 목록 신고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 핵 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고, 핵 탄두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대의 일부 국외 반출 등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아마 미국에서는 북한에 종전선언을 받아내고 싶으면 핵 목록 신고도 하고 핵 탄두와 ICBM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호를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북한은 "미국 너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한테 '플러스 알파'만 이야기하면 어떡하냐" 라고 대응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이 끝난 이후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을 조금 늦춰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보기에 미국은 이 실무협상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말한 것보다 더 세부적인 사항을 요구할거고, 그러면서도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면 회담에 나서서 뭐하냐는 생각을 할 겁니다.

그리고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차피 중간선거 때문에 바빠서 그 이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어렵다고 단정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기다려 보자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 그때 가서 결정해도 된다고 봤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어차피 정상회담이 늦어진다면 실무협상을 빨리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일 겁니다.

또 북한이 아무리 경제 개선이 급하다고 해도 미국에 굽히고 나올 수만은 없는 국내적 사정도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도 다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급해졌습니다. 유럽 순방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문 대통령은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UN)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비핵화라는 전제가 따라붙긴 했지만, 이 말은 북한에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북한 비핵화의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논리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일단 프랑스부터 제재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갖도록 하고, 이것이 미국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 도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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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의 7일 방북 이후에 문 대통령이 낸 메시지를 정리하면, 제재 완화에 대한 희망을 줘야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른바 '제재 완화 선행론'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물론 계속 '종전선언 선행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이 두 가지를 통해 비핵화에 속도를 내보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관계가 한발 앞서가면서 북미 관계를 끌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걸음을 걷더라도 어느 한 발이 앞서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자전거, 자동차, 열차도 끌어주는 바퀴나 차량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람이든 물체든 어느 한쪽이 앞서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동시에 간다? 강시가 아니라면 그렇게 걸을 수는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븍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면서 남북관계 선행론을 이야기해왔습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남북관계를 조금 더 끌고 가야 합니다.

프레시안 :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에 핵 신고나 관련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정세현 : 쉽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간 선거에서 결과에 따라 트럼프에 힘이 실릴 수도, 또는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도 선거 끝나는 것을 보고 움직이려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비핵화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 신고에는 신뢰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당한 것이 많아서 미국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미국이 자진신고 하라고 압박해서 신고했더니, 이거보다 더 있는거 아니냐며 압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그래서 결국은 북한이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세현 : 북한이 이른바 '나쁜짓'을 했으니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있죠. 그런데 외교나 협상은 도덕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손익 계산대로 움직이게 돼있죠.

프레시안 : 이런 와중에 교황의 방북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교황의 방북이 븍미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정세현 : 교황이 평양에 가면 북한이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악마는 아니라는 이미지를 주는 효과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교황의 방북이 핵 문제나 븍미 관계에 급진전을 불러오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교황이 미국을 설득해서 쿠바와 수교도 하지 않았냐, 이번에도 교황이 나서면 북미 간 수교까지 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관측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미국-쿠바와 미국-북한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쿠바와 미국이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쿠바가 대미 공격을 위한 소련의 미사일 전진기지가 될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련이 쿠바에서 철수한 이유는 유럽에서 미국이 터키에 배치한 미사일 기지를 철수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쿠바는 미국을 위협하는 공산권의 전진기지로서의 효용이 떨어졌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이 쿠바와 수교가 가능했던 겁니다. 교황이 중재 역할을 한 것보다는 국제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분석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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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북한에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폼페이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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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것저것 합의했지만…

프레시안 : 남북은 어제(15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평양 공동선언에 대한 이행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동‧서해선의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였는데요. 올해 말에 착공식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름의 진전이 있어 보이는데요.

정세현 : 어제 회담을 보면서 미국이 한국의 대북 행보를 얼마나 견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회담 결과를 보면 이것저것 합의는 많이 했지만 정확히 날짜가 잡힌 사안이 거의 없습니다. 철도 착공식만 해도 11월 말에서 12월 초입니다. 이게 인공위성 발사처럼 기후를 보면서 때를 맞춰야 하는 일도 아닌데 왜 이런 식으로 일정을 잡았을까요. 남한이 남북관계를 치고 나가면 안된다는 신호를 미국이 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남북 간 협력 사업을 계속 진행하면, 그것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사인을 북한에 줄 수 있다는 것이죠.

5.24조치가 문제가 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우리 승인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했죠? 참 슬픈 말이긴 하지만 이런 측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남북 간 철도 시범 운행을 했을 때 유엔사령부가 남북 간 통행 문제도 제동을 걸지 않았습니까? 정부는 이러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라고 잡아두고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해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제거를 실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남쪽의 군사분계선(MDL)을 지나 DMZ로 들어가야 했는데 당시에도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유엔사는 지뢰 제거 업무와 관련해서는 일괄적으로 통행을 승인해줬습니다.

그런데 지뢰 제거 작업을 마무리하고 상대방 지역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할 때는 건별로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게 번거로운 일인데, 정권 말기이기도 해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죠.

이번에도 지뢰 제거 작업과 관련해 MDL을 넘어 북쪽 DMZ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 있을 텐데요. 이걸 실행하려면 유엔사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정전협정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유엔사가 아무리 유엔 소속이라도 결국 미국 정부의 결정을 의식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문제가 원만히 풀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이것도 작전지휘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공동위를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이 몽니를 부리면 이행하기 힘든 사업들인 셈입니다.

프레시안 :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 미국이 제동을 걸 수도 있겠네요?

정세현 :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남북이 일단 좋은 합의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합의 사항을 이행하려면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철도와 도로 공동조사에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 하면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문제도 제법 거론됐었는데요.

정세현 :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보다는 지지결의안 정도로 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과거 사례를 봐도 그렇고 법리상 선언과 조약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됐을 때 정부에서는 이걸 신사협정이라고 규정하고 국회 비준 동의까지는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합의서를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했죠. 흡수통일을 막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합의서였다고 생각한 김일성 입장에서는 이 합의서에 대한 구속력을 키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판문점 선언에 국회 비준을 받으려는 이유도 이와 유사해 보입니다. 즉 이 선언에 대한 구속력을 키우려는 것이겠죠. 과거 정상 간 선언이 세월이 지나면서 사실상 무효화 됐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받으면 영속적인 생명력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의도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 비준을 받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국회 구성이 바뀌면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식으로 나와버릴 수도 있고요. 그래서 비준을 받으려고 무리하는 것보다는 지지결의안 정도로 여야 합의를 하는 것이 적당해 보입니다.

기자 :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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