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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밀착카메라] 고속도로 공사에…'절벽 위' 덩그러니 남겨질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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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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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적한 전원 마을이 고속도로 공사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마을 뒷산은 민둥산이 됐고, 일부 주택가를 따라 낭떠러지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사전에 이런 공사를 하겠다는 것도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용인의 한 전원마을입니다.

마을 입구를 따라 오르면 도로 양쪽으로 서로 다른 모양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요.

대부분 이렇게 숲속에 집을 직접 지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집은 지은지 1년 반 만에 집을 비워야했고요.

바로 옆집은 공사가 한창 진행되다가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뒤편으로는 공사현장에서 볼 수 있는 안전펜스가 둘러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과연 이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마을 주민은 150명 남짓입니다.

[김웅/마을 주민 : 은퇴하기 전부터 토지를 매입해서, 총각 때부터 지금까지 모았던 자금이랑 퇴직금 다 모아서 지금 살고 있는 거죠.]

맑은 공기와 환경을 찾아 온 주민들이 대부분입니다.

[우주연/마을 주민 : 폐 질환이라든지, 기관지가 안 좋으신 분이나 아이가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오신 분들도 있고요.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려고 오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조용했던 마을은 지난해 고속도로 공사가 착공되면서 달라졌습니다.

마을 뒷산은 벌목으로 벌거숭이가 됐고, 바로 옆 야산에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가 놓일 위치를 알리는 붉은 깃발이 꽂혔습니다.

묘지 옆에는 이장을 안내하는 팻말도 세워졌습니다.

땅이 수용된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떠났지만, 문제는 남은 주민들입니다.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는 물론, 공사 이후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도로 공사가 주택가를 따라 이뤄지면서 일부는 비탈로 변했습니다.

이곳은 3년 뒤 도로공사가 끝나게 되면, 분기점이 들어설 지점입니다.

주변 주택가와의 거리를 계산해봤더니 주택가와 고속도로 사이에는 약 20~30m 높이의 절벽이 생겨나게 됩니다.

일부 주민들은 해당 공사 여부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장은희/마을 주민 : 화성시나 광주는 전 주민이 연락이 됐고요. 참석하라고요, 현수막까지 걸었다고. 공청회 두 번 했는데 저희 주민은 아무도 연락받지 못하고 참석하지 못했어요.]

국토부 측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업 승인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 (건설사에 노선을) 바꾸라고 강요나 지시도 할 수 없는 입장이고.]

공사를 진행 중인 포스코건설 측은 환경영향평가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노선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건설사 관계자 : 저희들은 고속도로를 주민 여건을 고려해서 노선 설정을 합니다. 환경기준에 적합하게 다 설계가 돼 있어요. 노선변경은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도로 공사는 마을 주택가를 따라 바로 옆을 지나게 됩니다.

주택가 경계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와의 거리를 봤더니요.

불과 10여 m도 채 되지 않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조만간 현장조사에 나설 방침입니다.

국토부는 권익위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선변경이나 환경피해 대책 논의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3년 6개월 뒤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면 이 마을의 절반가량은 수십m 절벽 위에 남게 됩니다.

공공재인 도로이지만 제대로된 환경피해 대책없이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인턴기자 : 박광주)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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