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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간 담화’ 발표 주역 센고쿠 전 관방장관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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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시아 중시 외교·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반성’ 간 담화 작성 참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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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인들의 뜻에 반해 한반도를 강제병합했음을 인정한 2010년 ‘간 담화’ 작성에 참여했던 센고쿠 요시토 전 관방장관이 지난 11일 폐암으로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일제히 전했다. 향년 72.

변호사 출신인 센고쿠 전 관방장관은 1990년 사회당으로 중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9년 9월 민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자 행정쇄신 담당상으로 입각해 이후 법무상 겸 관방장관을 지냈다.

센고쿠 전 관방장관은 일본이 지난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아시아 주변국들에게 반성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인물이었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자 “나는 매년 8월15일 대구에 가 사할린 이산가족 집회에 참석해 사할린에 강제 징용당한 사람들의 유족 절규를 들으면서 하루를 보낸다”며 비판했다.

관방장관으로 취임한 뒤인 2010년 7월에는 한국에 대한 전후 배·보상 문제에 대해서 “이 문제에 대해 어디쯤에서 결론을 낼지 일본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그동안 일본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개인 청구권도 소멸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좋은 것인가.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010년은 일본이 한반도를 강제병합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그해 8월 간 나오토 전 총리가 발표한 간 담화에는 “정치·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한국에선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간 담화에 아쉬움을 표했었다. 그러나 식민지배가 당시 한국인들의 뜻에 반해 이뤄졌음을 일본 정부가 인정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담화 작성에 센고쿠 전 관방장관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일본 우파들은 간 담화에 대해 ‘사죄 외교’라며 맹렬히 공격했다. 이들의 분노는 일본이 다시는 역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 등 주변국들에게 사죄할 수 없다는 2015년 8월 ’아베 담화’로 이어졌다. 그밖에 간 담화에는 조선왕실의궤를 한국에 돌려준다는 내용도 담겼다. 센고쿠 전 관방장관은 민주당 정부의 정책 작성을 주도해 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꼽히기도 했다.

센고쿠 전 관방장관은 2011년 1월 개각과 함께 관방장관에서 물러났으나, 같은 해 3월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자 관방부장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민주당이 2012년 12월 정권을 내준 뒤인 2014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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